뭐......
나이로만 따지자면 애 셋은 나아서 아무리 잘 봐줘도 한명은 초딩일 나이지만 ,
자연이 준 생산력을 미처 활용치 못하고,
사회 기반을 좀 먹는 나에게,
그나마 동 세대와의 교감을 가지게 해주는,
소중한 조카가 그래도 나에게는 있는 것이다.

뭐 번식력에 대한 억제된 욕망의 발로까지는 아니겠다만,
노령화된 사회에서 보기드문 어린 사람이기 때문은 아니겠다만,
쩄던간에 나는 우리 조카를 몹시 좋아함.

나의 고상한 미적감각에서 봤을떄,
울 조카가 딱히 내노라하는 미남은 아니지만, 
여튼 식당이든, 마트든 가면, 
사람들이 한번씩은 다 쳐다보며, 
최소한 오~귀엽~이라고 쑤군쑤군되고, 
몇몇은 어멋! 내 이리 귀여운 애기는 첨이네라는 애기를 하는 걸 보면, 
그럭저럭 아기다운 귀여움도 가지고 있는 듯 한데, 
여튼 이런 귀엽디귀여운 우리 조카는, 
기본적으로 나를 별로 안좋아한다.

물론, 
이모, 난 이모가 정말 싫어요....라고 정색하고 애기한 적은 없지만, 
일단 애가 아주 어려서 정말 아무생각없었을떄, 
그니까 한 8개월 정도까지만 해도, 
내가 애를 안으면 무조건 울었따. 
그니까 정말 무조건 울어따. 
8개월 이후 부터는, 
애가 조금이나마 사리분별을 할 줄 알게됐거덩.
그니까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인지하기 시작하고, 
신이 주신 '자연 의지'라는 것을 표방하기 시작했거덩.
이를테면 먹을게 있으면 먹을 것을 똑바로 가르치며 자기가 가져가고 뭐 그런 수준의 
침팬지 수준의 사리분별이 생기고 부터는 ,
내가 안아도 바로 울지는 않아. 

두리번두리번 거린 다음에, 
주변에 자신의 절대적 보호자, , 
엄마, 외할머니,외할아버지가 가시권내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그때부터 뺵뺵거리며 세상이 끝나갈것처럼 울기 시작하거덩.
펑펑 울면서 마지막으로 엄마가 사라진 방향으로 네발로 기어다니는, 
모습의 조카는 정말 안쓰럽기 그지 없지만, 
나는 정말 조카를 좋아하는데, 
애는 날 왜 이렇게 싫어하나 생긱해봤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주로 하는 일은, 
평일에는 밤에 곤히 잠든 애한테 술냄새 담배냄새 풀풀 풍기며 비비적 거리며 꺠우기, 
"도여어나아(원래 이름 도연)~이모오오 와따아아아아...., 아구 귀여버...." 뭐 이런식....
혹은 애가 엄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등등과 즐겁게 놀고 있노라면, 
냅따 채가서 고립된 방에 가두기, 
먹을 거 줬다 뻈기, 
모처럼 놀아줄라고 하는데
멍하니 tv나 장난감 보고 있으면 그거 못보게 눈가리기, 
뭐 이런거 주로 하거덩.

근데 나는 정말 애랑 놀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거거덩.
아....쓰다보니 초딩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고무줄 끊는거랑 비슷한 심리인가?

하지만 네가 어려서 뭘 잘 모르나본데, 
 나는 한 열번쯤은 너의 똥귀저귀를 갈아주고, 
열다섯번쯤은 너에게 분유와 이유식을 주었으며, 
싱가폴 출장때는 2만원이 넘는 옷을 사주었고
스페인 출장갈떄는 3만원이 넘는 폴로 티셔츠를 사다주었고, 
돐때는 30만원짜리 금팔찌를 해주었으며, 
결정적으로 네가 모르고 있는 것은
엄마 아빠가 사주지 않는 닌텐도 등 각종 장난감을 사줄 소중한 하릴없는 이모라구. 

ㅉㅉ

네가 정말 어려서 뭘 잘 모르긴 하겠다만,
이런식이면 곤난하다...

........는 것은 웃길려고 쓴거고,
여튼 부모가 되는 일이 참 보통일이 아님.
그런거 보면 세상에 태어났으면 부모가 되서 한번은 애를 키워봐야,
진정하게 사람과 인생과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평소의 생각을 다시한번 확인하곤 함 함.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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