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차 애기했다시피,
울 조카는 평소 나를 별로 거들떠도 안본다.

어제는 퇴근하고 여덟시쯤 도착했는데,
언니도 없고,
엄마도 없고,
아빠는 자고 있고,
조카가 혼자 덜렁, 딩굴거리며 놀고 있었다.

근데 평소 매몰차기 그지 없던 조카가,
쪼로록 내 방으로 와서,
자꾸 내손을 끌어 당기는게 아닌가.

놀아주는 사람 없어서 심심한가..싶어서,
스머프 노래를 부르며 바보짓을 몇번 해줬는데,
애가 까르르 웃으면서 좋아서 완전 정신을 못차리는 거야.
그래서 계속 바보짓 하다가,
이게 의외로 힘들어서,
내 방으로 피신했더니,
쫓아와서 다시 손을 잡아 끌고, 바보짓 하고, 애는 꺄르르 넘어가고...뭐 이런 과정을 열번정도 반복했더랬지.

그런 와중에, 엄마가 돌아왔는뎅,
글쎼 엄마가 오자마자 엄마한테 달려가서는 떨어질줄 모르는거야.
그래서 아까 하던 스머프 노래 부르면서 바보짓하기를 했는데,
아니! 아까까지만 해도 완전 좋아서 정신못차리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할머니 왔다고 ,
나의 바보짓 따위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게 아닌가!!!!
정말 순식간에 그 돌변하는 태도라니!

연시 아쉬우면 찾고 필요없으면 팽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게야.
어른들은 교묘하게 그걸 숨기거나 포장하는 것 뿐,
아이는 그런 게 전혀 없으니까 적나라하게 드러나잖아.

오오오.
Posted by 물미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