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주는 일 때문에 정말정말 바빴다. 

점심은 커녕 저녁도 못먹고 하루에 열세시간이상씩 일했다. 

너무 바빠서 PT 수업은 커녕 개인 운동도 하나도 못했다. 

이렇게 일해도 어떠한 성원이나 격려는 없고 

사소한 거 하나 실수했다고 밤 9시에 욕을 영어로 쳐먹고 있자니 현타가 왔다. 

아니, 이 정도면 직장내 괴롭힘 아님.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이런 대접받으며 일해야 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책을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수만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봤기 때문에 답이 없다라는 결론을 5분만에 내리고 멘탈을 부여잡으려고 노력했다. 

이를테면 인사팀에 찾아간다 치자. 

인사팀에는 매니저랑 애기하라구 그런다 말이야. 

매니저한테 애기하잖아. 

자기는 힘이 없으니 자기 보스한테 애기하라고 할거고

보스의 보스는 자기 보스에게 애기하라고 할거고

보스의 보스의 보스는 너는 시니어 레벨이잖아.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안할거면 나가라고 애기하겠지. 

와. 놔. 이 씹새끼들이 진쫘. 시니어 레벨은 뭐 신체 복사 능력이라도 있는 줄 아나.

아니 왜, 아예 나한테 아시아 다 맡으라 그러지. 미췬 새끼들이 진짜. 

정확히 말하면 썅년 2 + 미췬 새끼 한개지만. 

여튼 아.....이 지옥의 챗바퀴...

아니, 진짜 이렇게까지 이직할 데가 없나..납득이 안된다. 

여기 이직한 직후부터 부단히도 이직하려고 노력했는뎅.

아무래도 머지 않았어. 여름 휴가 끝나면 또 나가라고 할 거 같애. 

협상을 잘 해야 되는데, 

3년치부터 시작해서 2년치로다가 잘 마무리해야되는뎅. 

아무래도 언능 노무사 찾아가야겠다. 

2. 

상담선생님과는 계속 투닥거리다가, 이번주 들어서야 겨우 방향을 잡았다. 

상담시간이 계속 불편했던게 지난 근로자지원상담프로그램의 지난 상담선생님들과는 달리, 

확실히 전문성이 있고 열씨미 하는 분이어서 그런것 같다. 

나도 회사 떔에 워낙 힘들고 예민하던 시기였고. 

여튼 이번 상담 시간은 꽤 재밌었는데, 

왜냐하면 나는 평생을 INFP인줄 알고 살아왔거덩. 

요즘 MBTI가 넘 많이 알려져서 그렇지만

나는  MBTI가 거의 알려지지 않던 30여년전부터, 

학생생활연구소에서 심도깊은 정확한 검사를 받고,

그 뒤로도 전공 수업에서 대학원에서 회사 워크샵 등등에서

여러번 MBTI 검사를 받았는데

상담선생님은 자기가 봤을 때는 INTJ인거 같다구 하더라.

요즘 애들과는 달리 나는 16가지 유형 중 내 거밖에 모르기 때문에

그게 뭔지는 잘은 모르지만 중요한 건 T(사고형)이냐 F(감정형)이냐는 거지. 

나는 내가 아무리봐도 감정형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데, 

선생님은 내가 아주 강한 사고형이래..

그래서 이 면에 숨겨진 심리적 기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가진건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더라구. 

나는 감정형으로 태어났는데 직장생활하면서 사회적 자아가 사고형으로 생긴거에요...라고 하다가, 

아니 생각해보면 원래 사고형으로 태어났는데 주양육자와의 불충분한 정서적 교류로 애정결핍이 있다보니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일종의 방어기제로써 감정형이 생겼을 수도 있어요.....글고보니 아부지가 가정폭력이 있으셨다보니 갈등 상황을 피하려고만 하고 긴장 관계를 견뎌내질 못하는 성향도 있고 해설 이게 방어기제로써의 감정형이 맞고 저의 원래 성향은 사고형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하다가, 

선생님은 보통 부친과의 관계가 나쁜 여성들 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이 아주 강한 사고형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근데 나는 일단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더라 부친과의 관계가 결코 나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경우지. 울 아부지는 기질 자체가 나랑 비슷한 사람이기 떄문에 동질감이 느껴져서 짠할 떄가 더 많음.

여튼 사람의 심리 기제라는 게 정말 복잡하기 짝이 없는 거구나, 

나도 도통 알 수가 없는 나 자신의 복잡한 머리 속을 전문간의 손을 잡고 찬찬히 뜯어보는게 이게 꽤 재밌더라구. 

근데 선생님 왈, 이걸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더 많이 싸우게 된다고 하더라.

너무 불편한 상황은 곤란하겠지만 기대가 된다. 

3. 

독거노인의 일상에서 유튜브는 적적함으로부터 도망치는 정말 중요한 수단이다. 

그래도 그렇지 곧 백수가 될 멀쩡한 직장인이 일평균 시청시간 7~8시간이라는 기염을 토해내기 시작한 것은

바야흐로 라이브 영상의 맛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시작은 침착맨 원본 박물관 채널에서 침착맨 스트리밍을 라디오처럼 틀어두기 시작했는데, 

유명 유튜버들이 각종 논란을 일으키고 나락을 가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과, 변명, 항의, 상대편 비난 등등을 실시간으로 따라잡다 보니 이게 보통 중독성이 있는게 아니더라.

거기다 렉카들까지 붙어서 논란의 당사자들의 라이브에 코멘트를 다는 메타 라이브.....까지 보면 이거야말로 보통 중독 수준이 아닌 것이다.

최근에 내가 수년전부터 구독해온 유명 헬스 유튜버와 성공팔이 강사간 큰 싸움이 벌어져 어느덧 한달을 훌쩍 넘어가고 있는데, 이게 넘 재밌어. 

유명 헬스 유튜버는 화, 목, 토 밤 10시에 라이브를 하는데 보통 새벽 5~6시, 떄로는 아침 7시까지 하기도 하거덩. 

그러면 일단 이거 틀어놓고 자고 자다가 꺠서 또 틀어놓고 자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틀고, 

멤버쉽 까지 가입해서 멤버쉽 회원 전용으로 풀리는 라이브 영상 다시 보고(중간에 잠드느라 못 들은 부분이 있으므로)

라이브 영상을 편집한 일반 동영상 올라오면 그거 또보고..뭐 이런식이다. 

중독이라는 걸 알면서 멈출수가 없네. 

4. 

이렇게 라이브까지 챙겨보는 유튜버들은, 

직장동료나 친구, 심지어 가족들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나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그들 못지 않게 친근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들은 나에게 모르기 때문에 결코 관계는 아니고 허상일 뿐이지만.

가장 많이 보는 침펄풍은 진짜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에,

주펄이 최근 사건으로 순식간에 나락가는 걸 보고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하필이면 이렇게 안 좋은 타이밍에 불거져셔...

앞으로 주펄 컨텐츠는 침착맨 채널은 물론이요....공중파 등 어디서도 보기 어려울 것 같아 상실감이 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한창 인기이던게 언제더라. 올해 아니었어.

그때도 자폐아에 대한 관심이 뭔가 지나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주펄 사건으로 순식간에 자폐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까지 연결되는 걸 보고

그 극심한 온도차에 뭔지 모를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나 또한 그 대중의 일부이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이겠지. 

주펄이 이렇게 순식간에 나락가는 날이 오다니. 

세상일이란 한치앞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언능 노무사 찾아가야겠다. 

5. 

원래도 난시가 심하긴 했는데

안경을 썼는데도 더 심해진 것 같다. 

밤새 불도 안키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그렇게 쳐본 댓가겠지. 

아윽. 

6. 

서울에 여행을 왔던 인도네시아 팀원의 엄마와 여동생은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이번주 수요일 그들의 나라로 귀국했다. 

귀국하는 날 고맙게도 인천 공항 왔고 오늘 간다고

차로 픽업 와줘서 고마웠다고 문자를 보냈더라.  

그러면서 서울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내줬는데

이야....뭐...엄청 즐겁게 잘 보냈더라구. 

친구들이랑 찍은 사진도 많규. 

인터내쇼날 패밀리란 이런 것인가...싶었지만

완전 다른 세계로 느껴져서 그런지 마이 부럽지는 않았음. 

이게 팀원과 그들이 나에게 준 선물임.

 

7. 

여름 휴가는 거의 방콕 하기로 했다. 

방콕하면서 집 정리에 집중할 예정이다. 

냉털해서 냉동칸 비우고, 

안쓰는 거대 책상이나 테이블은 당근에 팔아치우거나 버리고, 

책, 옷, 전선 케이블 등등 싹다 버릴 예정임. 

의외로 처치 곤란이 예전에 썼던 PC의 하드랑 노트북 들인데(무려 3개) 

노트북은 하드 분리하고 버려야겠어. 

아직 일년 넘게 남았지만 새 집에 이사 갈 떄는

쓰던 냉장고 세탁기 죄다 버리거나 팔고 다 다시 살 예정. 

다시 생활비가 한달에 200만원은 있어야 하고 일년이면 2천4백에 여유자금까지 포함하면 3천은 있어야 되고

그레ㅐ도 최저임금 받고 일하면 한달이 200은 벌겠지. 

우리 동네 감자탕집 홀 서빙 아줌마 구하는 거 보니까 보통 200은 주는 것 같드라.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욕 처먹으며 일하느니, 

차라리 감자탕 날르는게 더 맘이 편할 것 같은뎅. 

감자탕 비하 아니에요! 제가 감자탕 을마나 조아하는데요!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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