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의 신작이 나왔다.
최규석은 좋은 실력을 가진 훌륭한 만화가다.
이번 작품도 정말 훌륭한 것 같다.
작품이 주는 마음의 울림이 너무 커서,
만들어만 놓고 도통 뭘 올려본 적이 없던 userstorybook에 서평도 올렸다.
http://hisue.userstorybook.net/
8월에 초판 내고,
8월말에 벌써 2판을 찍었더라.
모쪼록 이 훌륭한 만화가가,
전업으로 만화그려서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많이 좀 팔렸으면 좋겠다.

울기엔 좀 애매한
최규석 글,그림
『습지생태보고서』『대한민국 원주민』 등으로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화가로 우뚝 선 최규석이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울기엔 좀 애매한』은 그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가르는 책이다. 애매하게 가난한 차상위 계층의 주인공들이 만화가가 되기 위해 미술학원을 다니며 겪는 소소하고 애매한 고통을 다룬 이 책은 작가 자신이 2, 30대 미술학원에서 입시 만화를 가르치며 목격한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우울한 현실이 담겨 있다. 이름만 그럴싸하지 못생기고 가난한, 자타가 공인하는 불가촉 루저 강원빈, 좋은 대학에 붙고도 입학금을 마련 못해 재수를 하고 있는 “어떻게든 되겠지” 류은수, 학생들한테 서슴없이 독설을 퍼붓지만 실은 찌질한 인생들에 더 애정을 갖는 미술강사 정태섭. 세 사람이 자학과 개그로 풀어놓는 일상의 고단함은 처음엔 독자를 웃게 하지만 웃음 뒤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포트폴리오를 강사한테 부탁해 대학 수시에 붙은 친구를 보고 “돈도 재능”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주인공 원빈의 처지에 독자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체감하며 공감할 수밖에 없다.

위선으로 똘똘 뭉친 386 지식인으로 나오는 헌책방 주인, 미술 교육보다는 자기 잇속만 챙기는 학원 원장과 학원 강사 등 작가가 천착해온 부조리한 사회와 개인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작가는 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어른도 별 힘이 없으며 그저 세월만 흐르면 되는 게 어른이란 사실에 절망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금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죄책감을 통감한다. 작가는 말한다, 이 책이 독자들의 정신이 번쩍 들게 울분을 토하거나, 학생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작품이면 어땠을까 싶지만 자신이 목격한 모습들을 최대한 그 온도 그대로 담고자 했다고. 작가는 대한민국 청소년이 처한 ‘울기엔 좀 애매한’ 상황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목 놓아 울만큼 극단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엇 때문에 슬픈지 모를 만큼 복합적이기 때문에 애매하다는 것을. 훨씬 더 부드러워지고 깊어진 펜선과 세련된 색감의 수채 만화가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본문 뒤에 들어간 작업 노트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 최규석의 열정을 엿보게 한다.

유저북스토리에는 이렇게 썼는데,
블록이 있는데 굳이 유저북 스토리를 써야 하는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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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은 항상 우수한 작화 능력과 공들인 원고를 보여주는 기본기가 탄탄한 좋은 만화가이다. 최규석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한 공전의 히트작, 단편 <공룡둘리>와 전작 <습지생태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항상 사회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어두운 곳을 그려내는 훌륭한 주제 의식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만화적 재미도 놓치지 않고 컷 구성 능력도 좋다. 정말 실력있는 훌륭한 만화가이고 이번 단행본도 전작의 기대에 충분히 부합하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판본이 A4정도로 꽤 크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거나 다루기가 좀 불편해서 왜 이렇게 찍었을까 싶은데, 아마 수채화 작업을 해서 원고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인거 같은데 좋은 결정인 듯 하다..
이번에는 10대의 문제를 지적한다. 우리나라 입시 정책은 <교육 정책>이 아니라 <고용 정책>이라는 구절이 정말 인상깊다. 어른들이 짜놓은 입시 지옥에 시달리다 그나마 대학을 들어가도 어른들이 올려놓은 등록금에 허덕이다 결국엔 많은 빚을 지고 졸업한 후에는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게 되는, 이 세대에게 너무너무 미안한데, 해법이 보이지않아, 어른으로써 너무 미안했다. 울기엔 좀 애매하지만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물이 날뻔 했다. 이게 단순히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 총체적으로 썩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어린 아이들이 피해를 보니까 말이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는 쉬운 게 없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말이지,
나는 이 세대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더군. --;
어쩄든 그 시기를 무사히 보내고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지만, 앞에서 애기한 것 처럼 사회 전체의 문제니까 나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리라.

여튼 정말 좋은 만화다. 강추.강추.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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