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카테고리 없음 2023. 11. 30. 22:41

오늘은 간만에 대학교 특강이 있었다.

내가 일하는 분야와 직접 관련된 전공 학생들에게 하는 특강은 첨이라설 심혈을 기울여 성심성의껏 준비를 했다.

그간 강의 하면서 청중들의 반응을 통해 나름 검증된 필살기들을 엄선해서 모아놓고보니  내가 생각해도 내 강의가 너무 재밌을 것 같은거야. ㅋㅋㅋ

청중들도 업자들이 아니고 학생들한테 현업에서 경험한 썰 한시간 푸는 건 껌이지 하고 평소와는 달리 긴장된 마음으로 강의에 임했지.
(그래도 초행길이고 혹시나 늦을까봐 한시간 전부터 강의실 도착해서 앉아있었음..-_-;;..이거 바바...또 강박증 ㅡ발동하는 거...)

우선 시작으로 아이스브레이킹용 유머 하나를 슬쩍 투척했는데 분위기가 생각보다 영.....아예...없더라구.

그니까 별건 아나고 이런건데,
사실 저는 특강에 저를 초빙한 K교수님 잘 모른답니다. 우훗훗.
첫직장에서 일하는 기간이 잠깐 겹치긴 하지만 길게 애기해본 적도 없고 서로 연락한 적도 없는데 첨으로 연락와서 특강해달라구 하더라구요. 우훗훗.
잘 모르는 사이인데도 기꺼이 특강 수락한 것은 K교수님 때문이 아니고 이 분야에 관심있는 젊은 학색들을 만나서 직접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저도 배우고 싶어서랍니다. 우훗훗.

바바, 얼마나 고상하고 적정한 오프닝 멘트야. 근데  작은 웃음조차 나오질 않아서 약간 당황했지만 꿋꿋이 준비된 걸 하긴 했지.
근데 업자들에게 애기하면 까르르까르르 하는 준비된 필살기들이 하나도 안 먹히고 별다른 웃음없이 특강은 한시간을 조금 넘겨 마무리되고 말았다.
심지어 질문도 없더라구!!!
그래서 다소 찜찜한 맘으로다가 강의실을 나서는데 학생 두셋이 개인적으로 질문을 하더라.
같이 들어도 좋은 질문들인데 따로 물어봐서 좀 아쉬웠지만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었음.
심지어 컨설팅 회사 입사하려면 이런 스펙이 도움이 될까요..라고 질문에는,
내가 이해한 선에서 대답해주고 친분있는 컨설팅 회사 이사한테 전화해서 확인까지 해주었음.

여튼 담에 또 기회가 되면 내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던져서 (이를테면 어느 과목이 제일 재밌었어요? 졸업하고 어떤 진로 생각해요? 등등등)
좀 더 인터랙티브한 강의가 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쉬운 맘으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K교수가 학생들 반응 좋았다고 담에 또 부탁한다고 전화와서 그제야 좀 안심이 되었다.

Posted by 물미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