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속해 있는 본부는 프로그래머내지는 엔지니어들이 삼백명쯤 있는 조직이다.

인터넷 기업이니까, 당연할 수도 있지만,

프로그래머들로 구성된 조직의 조직논리를 따르기는 둘째치고 내면화하는 자체가 녹록치가 않다.

일단 조직의 프레임과 랭귀지가 너무 다름.

그러니까 사람들의 사고 방식 자체가 너무 다름.

나는 십년이 넘는 동안 공공기관에서 법이나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만들거나,  

윗사람에게 보고할때는,

보고자료를 아래아 한글 한페이지로  얼마나 예쁘게 만드는가 하는게 실력이던 곳에 있던 사람인데 말이지..

 

막연히 DB라덩가, 네트웍이라덩가, 개발이라덩가...하는 걸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업인 사람들과 업무로 의사소통하는건 참으로 어렵....

 

실장이 주재하는 주간 보고를 들어가면 자꾸 바보되는 느낌이...

오고가는 애기를 충분히 이해못해서도 있지만, ,

기본적으로 여기는 다 필요없고 사이트의 서비스 정상화 시간이라든지,

개발 마감일 달성 여부로 모든 것을 다 평가받는 데라능.

이런게 중요한 조직에서 당최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지...라는 느낌이 자꾸 드는데,

울 팀원들은 이 조직에서 떨어져나갈까봐 노심 초사....

뭐 팀원들 의견을 떠나서라도 우리팀 업무 하려면 이 회사에서는 이 조직이 Best긴 한데.

 

팀장 입장에선,

이렇게 랭귀지 자체가 다른 생소한 조직환경에서,

비전이나 중장기 플랜 세우고 그걸 윗사람 이해시키고 애들까지 챙기는게 쉽지가 않은 노릇이라.

 

별로 말은 섞은 적이 없지만,

나는 웬지 정이 갔던, DBA팀 사람이랑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다가 이런저런 시덥잖은 애기 하던 끝에,

그 사람이 문득, "어쩌다 팀장이 되셨어요...."라고 애기해서,

"그러게!!! 왜 진작 안알려줬어!!!!"라고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는 바람불면 날아갈 듯이 비쩍 마른 그 사람(남, 39세, 유부남)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어댔던 것이 이번주 목욜이었구나...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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