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d

카테고리 없음 2010. 7. 11. 15:47
1.

이제 막 이유식을 떼고 밥을 먹기 시작한 조카에게,
종종 밥을 떠먹여 준다.
물을 마실때도 조카한테 먼저 먹여주고,
과일을 먹을때도 조그맣게 잘라서 조카 입에 넣어준다.
내가 물이나 과일이나 뭐 그런걸 입으로 가져가면,
조카는 새 순같은 조그맣고 여린 입술을 벌리고,
그 조그만 입으로 먹여준 음식들을 오물오물 씹는 조카를 가만히 보노라면,
정말 말로 형언키 어려운 깊은 애정과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2.

악명높은 아이폰의 조루 빠뗴리 덕에,
어디가나  아이폰의 빠떼리 잔량이 항상 신경쓰인다.
그래서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아이폰 밥주는게 가장 급선무이다.
완충된 아이폰을 보면 뿌듯하다.
제떄 물을 주지 않아서, 그간 수많은 식물들을 말려죽이고 얼려죽이던 내가,
아이폰은 이때까지  빠떼리 한번 방전되게 한적이 없다.
이딴 고까운 기계한테 이렇게 상시 신경쓰려니 정말 짜증난다.
쫌만 참았다가 갤럭시 S 사는거였는데.
아.짱나.

3. 
봉준호 감독은  영화 괴물 DVD 코멘터리에서,
이 영화를 찍으면서 밥을 먹여주는거, feed 라는 개념을 아주 중요한 모티브로 생각했다고 해따.
영화 중간에 병원을 탈출해 한강옆 매점으로 돌아온 가족들이,
컵라면이며 김밥으로 허기를 떼울때, 
손녀이자 조카이자 딸인 소녀가 옆에서 부스스 일어나면,
말없이 가족들이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아이에게 먹여주는데,
(물론 환상인데)
봉감독은 괴물에게 잡혀간 아이에 대한 가족들의 걱정과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찍었다고 했다.
나는 이 장면이 눈물이 나올만큼 마음이 짠했는데,
극장에서 볼때는 다소 뜬금없는 설정이라서 관객들이 웃어서 쩜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봉감독도 쩜 당황스러웠다고.

4.
매우 흔하고 일상적인 행동이긴 하지만,
누군가 또는 어떤 것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랄까 증거로는,
뭘 먹여주거나 뭘 먹었는지 신경쓰는 것 만한게 없는 거 같다.
아..뭐래..
일요일에 회사 나왔더니, 일하기 싫어서 괜히 뻘짓이네.
4시반에 가야지.
Posted by 물미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