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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5.17 취향의 품격
  2. 2024.05.17 굿 파이트

최근에는 구축을 사서 인테리어를 한 다른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코로나가 시작될 때 쯤 수원에 60평짜리 아파트를 사서 무려 2억이나 들여 인테리어를 했는데, 

(물가 오르기 전 2억이라 지금은 2.3억 이상으로 봐야 함...)

역시 인테리어 공사에만 2억이나 들인 집이라 (가구는 당근 별도)

고급 리조트 수준으로다가 당연히 엄청 좋았음. 

가뜩이나 집도 넓은데 여기저기 붙박이 장을 짜 넣어서 잔짐이 하나도 안 보이게

매우 심플하고 깔끔했으며, 

침대며 소파며 식탁이며 가구나 소파들도 모두 고급져 보였으며, 

거실창으로 숲과 호수가 보이는 멋진 뷰도 있어서

주로 빌라를 전전하며 살아온 나에게는 완전 신세계였음. 

무엇보다 접시나 수저나 뭐 이런 것들도, 

나는 생전 첨 들어보는 고급진 브랜드들이나 뭐 어느 거 하나 안 이쁜게 없었음. 

식기류를 비롯한 웬만한 일상용품들은 주로 다이소나 인터넷에서 1~2천원을 신경쓰며 젤 싼걸 사고, 

유일하게 아는 고급 식기 브랜드는 '포트메리온'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비싸서 한번도 못 사본 내 입장에서는, 

좋은 집과 고급 아이템을 누리며 사는 그 칭구의 고급진 일상에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벌써 20년 넘게 알고 지낸 지방 중소도시 유지의 딸인 이 칭구는 원래가 씀씀이가 커서, 

20대 떄도 월급은  한 푼도 저축을 안하고 죄다 자기 치장과 건강에 오롯이 투자했음. 

그래서 뭔가 우아한 느낌이 있기는 하다 말이지. 

그에 비해 첫 월급때부터 월급의 50% 이상을 항상 저축해온 나는, 

그로부터 25년이 지나 허름한 쓰리룸 빌라에 살고 내 행색을 돌아 볼라치면 말할 가치조차 없다. 

실용성과 가성비에 집착하다 보니 고상한 취향이라고는 도통 찾아 볼 수 없이

건조하고 메마른 나의 일상이 초라해보였다는 것이다. 

고양이도 두 마리 키우는데 털이 긴 이쁜 부잣집 고양이였음. 

비단 물질에서 나오는 취향의 품격이 아니더라도,

최근 유튜브 쇼츠에서 떡상하고 있는

운전하면서 뮤지컬 넘버나 팝송 부르는 부인과 남편을 봐도, 

그들의 깊은 음악 취향이 넘 부러웠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짧긴 하지만

남은 생이라도 물질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뭔가 고상한 취향을 가지고 싶은데, 

뭔가 투자를 해야 취향이 생길텐데

나는 결국 싸구려 술과 몸에 안좋은 배달음식 먹고  누워있기만 할 게 너무 뻔해서, 

더욱 앞날이 암담하고 내 인생은 넘 볼품없게 느껴졌다랄까...

나도 좀 고상한 취향을 가진 품격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당. 

 

친구네 거실 뷰와

귀티나는 부잣집 고양이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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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파이트

카테고리 없음 2024. 5. 17. 15:49

작년에 출장인지 여행인지 가다가

비행기안에서 '굿파이트(Good fight)'라는 미드를 보았다

이게 머냐 하면 프렌즈에 이어 내가 두번째로 많이 돌려본  '굿 와이프'의 스핀 오프 드라마이다. 

전시즌을 약 300번씩 돌려번 프렌즈에 비해 굿 와이프는 50번밖에 안 돌려봐으니까

1위와 2위의 간극이 많긴 하지만

변호사 드라마라 내가 스트레스 많이 받는 법률 용어도 마이 나오고 해서 영어 공부 핑계로, 

(하지만 오십번 봐도 도통 기억 나는 건 업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3대 최애 감독인 리들릿 스콧 감독의 보기 드문 드라마 연출작이기도 해서 엄청 열씨미 봤다. 

근데 이거가 올라와있는 OTT가 거의 없어서 유일하게 올라온 왓챠를 순전히 이거땜에 구독했따. 

그나마도 아마 지금은 내려갔지 싶은데..

여튼 일케 조아했던 드라마의 스핀 오프가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니!!!!!!!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기분으로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정보를 찾아봤더니

릴리즈 된지는 벌써 몇년이나 되서 시즌도 5~6개인가 나온 후 이미 완결까지 됐더라. 

그래서 이제 혼술 친구는 애로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아니 웬걸!!! 국내에 서비스되는 OTT를 싹 다 뒤져봐도 굿 파이트가 올라온 데는 아예 없음. 

파라마운트 플러스에 유일하게 올라와 있는데 국내에는 파라마운트 플러스가 런칭 안 되어 있고, 

티빙을 통해서 일부 작품이 서비스 되고 있는데 굿 파이트는 없는거야!

그래서 미국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구독하려고 했는데 이게 또 지역 제한이 있어서 가입이 안되는거야!

그래도 VPN 써서 회원 가입하려고 했는데 뭐가 잘 안되서 어이없게 때려치고 말았음. 

그로부터 일여년이 지난 어느날 문득 파일 공유 사이트를 찾아볼까 싶어서 

진~~~짜 오랜만에 파일 공유 사이트 들어가봤거덩. 

아니나달라, 전 시즌이 자막과 함께 이쁘게 올라가 있었다능..

국내 OTT 서비스에는 없는 컨텐츠이다보니

이 정도면 뭐 조금이나마 파일 공유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화가 되지 않을까 하고 있음......

근데 10년정도까지만 해도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동영상 다운 받는게

꽤 일반적이었던 것 같은데

구독이 이렇게나 일상 곳곳에 깔릴 줄이야. 

여튼 이렇게 어렵사리 정주행하기 시작한 굿파이트는 감독이 바뀌어서인지

굿 와이프만큼 고퀄의 섬세한 연출은 없었지만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일단 지금은 고인이 된 프렌즈의 매튜 페리가 출연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음. 

굿 와이프 볼 때도 간혹 나와 있었는데 그 때만 하더라도 생존해 있었던지라, 

고인이 된 지금 그의 생전 작품을 보게 되니 마음이 짠했음. 

그리고 굿 와이프에서 주인공인 와이프의 남편이 민주당 쪽 주지사이다 보니

민주당 입장에서 정치 애기가 많이 나오고 극중 변호사들의 대부분이 민주당 계열이었더랬다. 

굿 파이트는 무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시즌 1 에피1을 시작할 때부터 알아보긴 했는데, 

트럼프를 아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까는 애기가 계속 나옴. 

굿 와이프가 남편의 정치 스캔들 위에 법정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방식인데, 

굿 파이트의 정치적 메인 설정은 트럼프에 대항하는 민주당 인사들의 이야기랄까..

여튼 드라마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작금의 정치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 

저렇게 현직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정치적 공격 뿐 아니라 

매춘 등등의 온갖 스캔들성 비난까지  노골적으로 하는 걸 보자니, 

현직 대통령은 아예 꿈도 못 꾸고, 

서울의 봄처럼 근현대사까지도 실명을 밝힐 수 없다는 작금의 현실에 

표현의 자유만큼은 미국에 아직 멀었구나 싶음.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언능 사라져야.....

그럼에도 사인간 비난은 웬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은데,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더욱 철저히 보장되어야 할 정부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아직도 훨씬 더 갈길이 멀다는 아이러니....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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