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만성적인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나지만,
일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행복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오늘, 일요일 오전이 딱 그랬다.
날씨는 맑고 미세먼지도 보통 수준에다가,
청소기와 세탁기, 그리고 설겆이가 동시에 돌아가면서 나를 위한 열일을 하고 있고
나는 나대로 아침에 집밥 해먹고 집에서 제조한 아아 마시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노동요로 깔아두고 다음주에 있을 강의 자료 만드는데
여러모로 안정감이 느껴지고 좋더라.
물론, 기존 강의 자료를 그냥 써도 되는데,
굳이굳이 재작성 수준으로다가 수정하는 내 스스로가 이상하다 싶지만,
물론 주말이라도 일하지 않고 쉴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지난주가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로다가 빡셌기 때문인지,
주말동안 해야하는 몇가지 본업 +외주 일들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지금 있는 직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회사를 관둔지 어느새 10개월 정도 되는데,
이제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안정 모드에 들어간 기분이다.
지난 10여개월간 후리랜서를 가장한 백수부터 좇소 실장까지
참으로 다양한 환경변화를 겪은 끝에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아무리 봐도 나보다 경력이나 능력이 한창 부족한 애들이
좋은 환경에서 따땃하게 높은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는 불합리에 대한 빈정 상함도 마침내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뭣보다 그런게 불합리가 아니란 걸 이제는 어느 정도 납득한 듯.
지옥의 조직 셋업 기간 3개월을 지나
발생할 수 있는 주요 경우의 수들을 경험하고 나니,
본 업도 전반적으로 할만한 것이 ,
마침내 지금 회사에서 오래오래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뎅,
정작 회사가 얼마나 갈지 잘 모르겠다능....-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