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첫 직징이었던 친정 회사가 있는 나주에 왔다. 오전 10시에 SRT를 타고 12시쯤 나주에 도착했는데 내리고 나서야 열차안에서 잠깐 글러두었던 갤럭시워치를 열차에 놓고 내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99%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이지 하나도 걱정 되지 않았다. 실제로 열차의 종착역인 목포역 분실물 센터에 애기했더니 내가 상경 열차를 탈 광주역에 갖다두시겠다고 했다. 역시 우리나라 좋은 나라!
2. 나주역에 도착했더니 친정 회사 칭구들이 차를 가지고 나주역으로 마중을 나와서 엄청 고마웠다. 점심으로 친구들이 예약한 생선구이 정식을 먹으러 갔다. 생선이 약간 말라서 좀 별로였지만 깔려있는 밑반찬이 너무 맛있어. 역시 맛의 고향 전라도에 온게 실감이 났다.
3. 점심은 친구들이 사주고 커피는 내가 사기로 했다. 스벅 사이렌오더로 내가 주문을 하고 드라이브뜨루로 받으러 갔다. 냐 스벅 어플 닉넴이 물미역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운전하는 칭구가 드라이브뜨루에 '물미역'이요, 라고 애기를 하는데 닉넴이 넘 웃기다구 칭구들이 빵 터졌다. 평소에는 거의 혼자 스벅 가니까 몰랐는데 칭구들이랑 있으니까 역시 사소한 것도 참 재밌어지는구나 싶었다. 행복했따.
4. 점심을 먹고 친정회사에 있는 친구 사무실가서 수다를 떨면서 챗GPT 사용법에 대한 팁을 얻었다. 프롬프트부터 챗GPT에게 짜라고 하는게 요지였음. 담에 해봐야지.
5. 칭구들이랑 수다를 마치고 그 회사 다른 부서들을 돌아가며 회의를 두 개 했다. 첫번쨰 회의는 자기들이 하기 귀찮은 걸 우리 회사에 떠넘기는 거였다. 모양새 좋게 가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그러마 했는데 워낙 인력이 없으니까 걱정도 됐따.
6. 두번쨰 회의에서는 주제가 총 3가지였는데 여튼 전반적으로 좀 그랬다. 같이 회의 한 팀장은 워낙 오랜기간 알아와서 나름 친하긴 한데 전문성은 별로 없고 오로지 사교력과 정치적 수완으로 팀장까지 단 것으로 유명했따. 역시 또 술수에 휘말려서 표청하나 안바꾸고 호호호하면서 내가 원했던 것은 석연찮은 이유로 그쪽에서 거절했고 그쪽 일만 내가 받아왔다. 역시 개는 고단수야.....알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아예 상대가 안되...이렇게 물러서야 나름 조직의 장으로써 어떻게 수많은 관계자들에게 휘말리지 않고 내 주관대로 조직을 키워나갈 수 있을지 마음이 엄청 무거워지면서 순식간에 수심에 잠겼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그 팀장이 내 직장을 엄청 부러워했었는데, 사실 그 팀장을 알게된 이래 계속 내가 그랬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처지가.....라고 오바하는 지긋지긋한 저주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다~~~~아아아아~~~~~
7. 뒷맛이 영 찝찝한 회의를 마치고 광주로 이동해 강의를 했다. 교육 장소가 첨 가보는 곳이고 광주 지리도 마냥 낯설어서 예정된 교육 시간보다 한시간 일찍 도착했다. 교육 진행자가 앙버터 호두과자를 주었는데 넘 마싰었다. 그래서 나도 울 회사 행사할떄 이런거 참석자들에게 줄까 하고 이거 단가가 얼마에요...라고 나도 모르게 물어보고 말았어. 어찌보면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인데 담당자가 친절하게 4,500원이에요 라고 말해주었다. 그래. 담에 행사할 때 이런 거 깔아놔야지.
8. 강의 시작 전에 보고서 초안 작성하는 업체한데 보고서 늦게줘서 이번에 내 검토도 늦어질 것 같다고 애기했더니 그쪽에서 원래 주던 시간에 줬는데요...라고 나와서 본전도 못 건졌다. 나는 왜 이기지도 못할 시비를 걸었떼. 그럴거면 사전 논리라도 명확하게 세우덩가. 쩝.
9. 오늘의 교육은 20대 치위생사부터 5~60대 가사도우미까지 연령도 성별도 직업군도 다양한 100여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식제고 교육이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교육을 너무 잘한 것 같았다. 현장 호응들도 좋았고 교육 대상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는 이 느낌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맨날 닳고닳은 법률가들이나 교수, 피곤에 찌든 기업 직원들 데리고 정답도 없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애기만 하거나 잘 알지도 못하는 지식들 꾸역꾸역 버겁게 머리에 넣다가 비전문가인 일반 대중들 대상으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교육하니까 나도 강의하면서 넘 재밌고 반응도 좋아서 그 순간만큼은 이 회사 입사 이래, 늘 달고 살던 두통이 사라질 정도였다. 선생님들이 나가시면서 교육 잘들었습니다...하고 인사도 건넸다. 사실 강의 대상은 무궁무진할텐데 이렇게 난이도 낮은 강의만 하면서 사는게 정신건강에는 훨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연결을 하느냐 말이지. 이런게 영업력인가 싶어따. 강의료는 한 시간에 35만원이고 교통비는 별도였는데 자 보자, 오전 오후 하루에 두번씩 하면 하루 60만원이니까 열흘만 해도 600만원이잖아! 문제는 월 10건을 고정적으로 잡기가 넘 어려웡.
10.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정말이지 기진맥진했다. 하지만 올라가서 또 보고서 검토 마감 쳐야 하고, 금요일에 잘 모르는 분야 강의 준비해야 해서 오늘은 몇시에 잘 수 있기는 몇시에 잘 수 있어. 가자마자 씻고 잘 예정. 술 마시고 싶어도 술 마시면 수면의 질이 너무 떨어져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니까 평일에는 여느떄처럼 도저히 술을 마실 수가 없음음음음음음~~
11. 그러니까 요는 거의 매주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고민해야 하는게 계속 내가 두통에 시달리는 이유인 것 같다. 머 이거저거 도모해보다는 요구들도 계속 있다. 어제 오전에는 옛날 회사에서 알았던 법무팀 전무가 오마카세를 사주면서 같이 협업하자고 했다. 오후에는 어떤 기관에서 자기들 이런저런 사업하는데 같이 해보자고 했다. 이 다양한 요구들의 실현가능성과 득실을 따지자니 너무 머리가 아프다. 새로운 요구 사항들을 꾸역꾸역 홀로 버겁게 헤쳐나가고 있긴 한데, 이 길의 끝에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도저히 상상히 가지 않는다.
12. 객관적으로 나는 심각한 워커홀릭에 터널 비전 상태가 맞다. 생각해보면 맨날 그랬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왜 매번 익숙해지질 않고 고통스러운지 모르겠네. 고통이 디폴트야 그냥. 그래도 좀 결이 다른게 예전에는 우울과 불안이 정말 심했는데 요즘엔 극심한 피곤이 주된 고통이다. 아~~~피곤 데쓰~~~데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