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하다.

카테고리 없음 2011. 4. 20. 00:30

대부분이 이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 또한 부끄럽기 그지 없고,
나라는 인간이 당초 정신적 성장이란걸 하고 있지 않아서겠지만,
나의 회사 생활은 근본적으로 그림터 시절과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그 유사성의 핵심은 바로,
주변에 항상 <본받을 면이 있거나 존경스러우면서도 나의 징징거림을 받아주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다.

나는 사람에 대해 굉장히 까탈스럽다.
그래서 회사안에서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에 대해 별반 좋지 않은 소문이 돌고,
그 소문이 편견을 만들고 그 편견이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기 보다는
최근에 알게 됐따. 
이를테면, sue씨는 되게 거만해..뭐 이런거.

난 그런 소문에 개의치 않는다.
나는 같이 일 안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렵기도 하고, 잘 모르기도 하고 해서 인사 별로 안한다. 
외려 잘 모르는데도 인사 잘하는 사람들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요런 네트워킹 측면에서 나는 평균이하긴하던데,
나는 내가 정말 소심하기 그지 없다는 걸 가장 잘 알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나의 그런 서툰 면을 다 이해해주니까,   
뭐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머라 애기하든 상관없다.

여튼, 
입사 초기의 몇년간의 내가봐도 부끄러운 시절을 거치고,
불과 몇년전에서야 마침내 나는,
나의 까다로운 기준에도 부합할 정도로 본받고 싶은 능력과 성품이 있는 한편, 
내가 징징거릴때 진지하게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그와 동시에 적절히 나를 갈궈주기도 하는) 
일군의 <형들>을  갖추게 되서 녹녹치않은 회사 생활이 그런저럭 꽤나 재밌었던게 사실이다. 

근데, 
올해 조직 개편을 통해서
조직논리 땜에 내가 가장 좋아하고 닮고싶고 기댈수 있었던
형들 사이에 긴장관계가 형성된거다.
한명은 인사팀장, 
한명은 노조위원장, 
한명은 노조 사무국장
한명은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튼 이게, 업무때문이나 개인감정이 아니라, 
조직 논리인거야, 

형들은 평소대로 자기 일을 열심히 잘하는데, 
아이러니하게 자기일을 잘하면 할 수록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할 수록,
그들 사이에 반목이 생길 수 밖에 없는거야. 

게다가 그들은 다 나름대로 힘든거야.
이 형이 불쌍해서,
저 형 한테 가서 애기하면,
저 형은 또 저 형 나름대로 힘든거야.
다 녹록치 않은 자리인거야.

근데 이게 그냥, 간단한게 아니고,
정치 싸움인거야.
근데 이게 그냥 단순한 정치싸움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당연하게도 그 사람들 직장내 위상고 안위는 물론이고, 
인생의 일부분고 가정이 걸려 있고 뭐 그런거야.
어른들의 세계는 냉정하니까.

그래서, 
결론은 내가 회사에서 징징댈 데가 없어져 버렸습니다...라는 것입니다. 

다같이 한 팀에서, 
혹은 한 부서에서, 
같은 업무를 공유하며 재잘대고 술퍼먹고 하던 때가 참 좋았습니다. 
그 시간이 불과 몇년 안팎이었기 때문에 더더욱이 눈물나게 그리워요.

나는 실수 많은 인간이라 혼자서 회사 생활 잘 못하는데.
결국 혼자서 버텨낼 수 밖에 없는 떄가 오긴 오는구나.
뭐 그랬어야 했던 때가 한참은 지났지만,
그때가 너무 아쉬워서.
근데 그때로 돌아갈 수 없는 것도 정말 명백해서 자꾸 돌아보게 되네.
애써 외면하며 지냈지만 어른들의 세계란 너무 냉정한 거다..

다들 사이좋게 지내면서,
내가 징징거리는 거 받아주면서 적당히 갈궈주고 지내면 얼마나 좋냐구!

내가 몰상식할 정도로 미성숙 해서 그런거 아는데...
형들 사이에 긴장 관계를 견뎌내는 것도 힘들고,
온전히 혼자서 사회생활 하는 것도 자신없고...
근데 어쩔 수 없는 것도 너무 잘 알겠고.
우웅.ㅜㅜ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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