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카테고리 없음 2023. 2. 16. 10:26

1.

다음주 월요일 오후 2시 수술이다.
첨에는 장기 적출에 대한 우울감이 넘 컸는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수술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전신 마취나 개복이나 장기 제거 모두 첨이다보니 막연한 불안감이긴 하겠지만
장기 적출이 잘 될지, 전신 마취에서 잘 깨어날지도 걱정되고
잘 깨어나더라도 통증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도 넘 무섭.
생각해보면 이제껏 수술이나 입원 한번 없이 건강하게 잘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기적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2.

회사에는 한달 병가를 내었다.
원래 최대 3개월까지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데
혼자 일하다보니 병가기간 동안 나 커버해 줄 사람이 없으니
( 한국말이나 한국 규정도 모르는 매니저가 커버해줄 수도 없고)
원래는 한 2주정도만 하려다 진단서에 한달 써있길래 과감하게 걍 한달 쉴 참이다.
물론 최대한 영향 없게 교통정리 다 놓긴 했지만
회사내 거의 모든 부서와 일하다보니 나 병가 간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녀야하는게 민망했다.
그래도 아직 이름도 얼굴도 낯선 사람들이 걱정해주고 잘 다녀오라고들 말해주니까 모..

3.

상사가 갑자기 집주소 물어보길래 뭐 줄껀가 싶었는데
상사의 상사의 지시로 병가기간동안 꽃배달을 시켜주려고 했다고 했따.
근데 한국 웹사이트에서 꽃 배달 주문이 넘 어려웠나바.
자동 번역기능을 이용해서 어케어케 하는데 진행이 안되서 어쩔 수 없이 내 도움을 요청해서
매니저 화면 보면서 간신히 주문을 마치고 결제를 하려고 하는데
한국  보안 정책상 신용카드 결제에서 뭐 이거저거 깔고 해야 되는데
회사 컴이라 안 깔리고 해서 결국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저런 규제로 울 나라 서비스는 글로발 스탠다드와 다르다는게 실감이 났음.

4.

정부에 뭐 의견서 낼 거 있는데,
법무팀이랑 외부 로펌이랑 내부 이해관계자들이랑 몇주에 거쳐 의견서 만들고
마지막 단계에서 본사 변호사(미국 변호사) 검토도 받았는데 애가 또 쓸데 없는 소리 함.
보스의 보스가 시켜서 내가 어쩔 수 없이 검토 받는데 이제까지 검토의견 받은 것 중에 쓸모 있었떤 거 하나도 없었음.
가뜩이나 바빠 죽겠고 시간도 없는데
애 검토 받느라 시간만 더 잡아먹고 도통 쓸모없는 의견이라곤 없는데다 왜 네 의견이 쓸다리가 없는지 영어로 설명까지 해야 하니 증말 짜증이 나면서 간만에 자기효능감도 조금 느껴졌다.
아니 애초에 한국규제내용도 규제 문화도 잘 모르는 미국 변호사가 무슨 쓸모있는 의견을 내겠어.
아. 진짜 도통 합리적이지가 않아.

5.

넘 바쁘고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다년간 징징댔더니 드디어 사람을 붙여주었는데,
남편이랑 애기들은 미국에 있으며 홍콩에 있는 한국인 미국변호사를 단기로 붙여주겠다고 했따.
영어도 한국말도 잘하고 인성도 좋다고 하는데
아니 내 일 도와줄 사람인데 나한데 이력서도 안 보여주고 면접도 자기들끼리 보고
사람 정해놓고 나한테 통보하는게 이게 무슨 경우냐! 라고 따지진 않았고 우회적으로 표현을 했더니
뭐 여차저차 말을 하더라구. 그래. 뭐.  이미 정해진 것 어쩔 수 없고 없는 것 보다는 그래도 누구라도 있는게 낫지 않나 싶은데
이 사람 상황을 볼 때 뭔가 나와는 출신성분이 확연히 다른 것이 분명해서 말이지,
아니 뭐 황송해서 부려먹기나 하겠어.
게다가 언뜬 보여준 이력서로 봤을 떄는 이 분야 경력도 그닥 없어 보이는구만.  
아무래도 나 대체인력으로 뽑은 게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든다.
예전에 IT 조직에서는 엔지니어들에게 밀려
지금 법무 조직으로 오니 변호사들에게 밀리는 서러운 이 직종.

6.

맨날 회사 욕하고 의지하면서 서로 구직의 근황을 나누던 칭구가,
드뎌 다른 글로발 회사에 자리를 마련해서 먼저 탈출에 성공하게 되었다고 알려주었다.
아. 내가 먼저 나갈려고 했는데....ㅜ.ㅜ
헤어져서 증말 넘 아쉽당.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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