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카테고리 없음 2023. 8. 31. 12:23

0.
내 일상의 영도자, 강부사장님의 영도력에 따라 근황을 올려보는 바입니다. 
 
1. 퇴사 호소자

여러분 안녕, 잘들 지내시죠?
치앙마이 여행을 다녀온지도 어느덧 2주가 지나갔네요. 세월이 정말  빠릅니다. 
저는 치앙마이의 숙소 로비에서 멍떄리고 있는 저에게 망고 아이스크림이며 맥주를 건네주었던, 
친절한 베드님만의 스태프가  다시 보고싶어서 한달살이를 위해 일주일만에 다시 치앙망이로 돌아왔습니다. 
이직 이래 회사에서 이런저런 과중한 업무에 치이다 이러다 큰거 하나 놓친다 싶어 내내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최근들어 마침내 큰 실수를 하고 말았던 고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급증하면서 공황장애 증상이 심해졌어요. 
이 즈음에 사실 두번째로 진행하던 이직건도 결국 성사가 안되서 잠시나마 가졌던 탈출의 희망마저 좌초되자
좌절감이 더욱 심해졌던 것 같아요. 
공황 증상은 악화일로에다가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결국 보스의보스의보스에게 Mutual Separation Agreement의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하자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아직 답장은 없지만  어차피 회사를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치앙마이에서 원격근무를 하기로 Manager와 협의를 했습니다. 
저와 같은 Global Function들은 한국 지사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어서 현실성이 없지는 않았어요. 
치앙마이에서의 일상은 꽤나 느리게 흘러갑니다. 회사를 관두기로 해서 그런지 마음도 꽤 편해졌어요. 
이럴거면 진작 관둘걸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일이 꽤 걱정이긴 하지만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하는 대책없는 희망을......
내가 가질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래서 이탤릭체로 표시된 망상만 머리속에 무한 재생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거지 뭐..-_-;;
이탤릭체 말고 나머지 부분은 물론 사실이다. 
아니, 왜 회사를 박차고 나가질 못하지..! 왜 나는 용기가 부족하지! 아니 왜 이직이 이렇게 안돼냐. 
 
2. 액정 브레이커
 
지난주 토요일에는 스마트폰 액정이 꺠져서 AS센터에 수리를 하러 갔다. 
역시나 전체 액정을 갈아야 하는데(액정과 붙은 배터리 포함) 교체비가 원래는 40만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들어둔지도 몰랐던 보험(예약기간에 자급제폰으로 샀는데 그떄 이벤트가 보상 보험 들어주는 거였음) 뭐가 있어서 14만원에 수리가 가능하다고 해서
고맙습니다...하고 수리를 받았다. 
이번에 수리한 개인폰은 작년 8월에 구매한 갤럭시 플립4인데, 액정 교체가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쨰는 보험덕에 무료로 교체했고 이번에는 14만원이 든 것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일년사이에 액정 교체를 두번이나 한 건 내가 봐도 너무 심하지 않나 싶었는데, 
이번주에는 한달쯤 전에 산 갤럭시 와치 액정에 부지불식간에 금이 갔더라. 
내가 절대 애플 제품을 쓸수 없는 이유가 바로 AS 때문이다. 
유일하게 쓰는 애플제품이 회사폰인데, 회사폰은 3년 주기로 교체를 해준다. 
입사하고 받은 폰도 받자마자 애정을 반파해서 리퍼폰으로 교체하고서도
또 금이 가서 3년 주기 새 폰으로 교체받기 까지 쭉 금간 액정을 썼고, 
새로 받은 애플폰도 불과 한달만에 금을 내서 점차 금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교체받은지 아직 1년도 안됐는데...-_-;;;;
온갖 포터블 디바이스의 액정이라곤 죄다 깨먹는 액정 브레이커인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어쩜 이리 손이 둔하담. 진짜.
 
3. 밤의 골목길
 
지난주 금욜에는 용선이랑 주옹이네 동네에 놀러갔다가 주옹이네 집에도 잠깐 들렀나, 
난 워낙 혼자사니까 남들 어떻게 사는지가 넘 궁금해서 남들 집에 가는거를 매우매우 좋아함. 
오죽하면 남의 집 놀러가는 플랫폼을 통해 생판 모르는 다른 사람들 집도 가보겠어. 
심지어 거기서 만난 다른 사람들 집에도 가볼라고 했고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집 방문도 추진하려고 했는데
이건 매번 잘 안되긴 했음. 
여튼 주옹이네 집은  준공 10년쯤 된 아파트의 국평 34평인데
구조도 엄청 잘 빠지고 층고도 높아 집이 엄청 넓어보였고, 무엇보다 집이 엄청 깔끔해서 아주 감탄스러웠다. 
와이프가 워낙에 깔끔한 성격이라고 했는데 정말 티가 나더라. 
깔끔한 집은 무엇보다 잔짐이 없어야 되는데 주옹이네 집이 딱 그랬음. 
물론 애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애가 있어도 깔끔했을 것 같다. 
우리 집 구석구석에 널부러진 사실상 쓰레기와 다를바 없는 잡동사니들(한짝만 남은 양말 20년치 등)이 생각나면서
대학때 같이 즐겁게 놀았던 칭구들은 다 성장해서 성숙한 어른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역시나 나만 혼자 남아 뒤처지고 있다는 열패감으로 우울한 마음에 술을 잔뜩 마시고
그 다음날 하루종일 숙취에 시달리는 내가 대학교떄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는 것 같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 같은 우울감이 심화되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와중에, 
회사에서 실수도 하고! 이직도 파토나고! 아우.쒸.
 
4. 크고 아름다워
 
그래도 이건 자랑해야지. 
항섭이형이 생일선물로다가 일본에서 공수해준 산토리 위스키!
생선 물어보길래 그냥 가볍게 집에서 하이볼 말아먹을 위스키가 원합니다라고 했떠니
이렇게나 크고 아름다운 위스키를 일본 여행가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공수해주셔서 엄청 감동하였음. 
게다가 역시 하이볼에는 산토리야. 넘 맛있음. 
최소 6개월은 마셔야할텐데 넘 빨리 다 마실까봐 좀 걱정임. 
여튼 넘 감사합니다!

보라. 이 크고 아름다운 자태를. 다만 병이 플라스틱이라 술을 따를때마다 아부지가 상비해두시는 이리터짜리 소주 페트병 느낌이 좀 나긴하지만서도..ㅋ


 5. 어둠의 대전
 
극도의 스트레스는 웬만한 술로도 잘 해결이 안되서
현실도피를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퍼부었던 것은 바로 유튜부였다. 
특히 80일째 이어지고 있는 모 헬스유튜버와 성공팔이 유튜버간의 전쟁을 과몰입해서는
유튜브 컨텐츠는 물론이고 대여섯시간짜라 라이브,
좀처럼가지 않던 디씨인싸이디까지 밤낮없이 끼고 살았음. 
둘 사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전쟁이 최근에는 모 극우유튜버에게까지 번지면서
절정을 맞이했고 헬스유튜버가 어느정도 온라인상의 컨텐츠 제작은 안하고
고소건에만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리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 
나도 이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진짜 세상 쓸데없는 이딴 일에 엄청난 시간을 낭비하는 내가 진심으로 한심하면서도
도저히 끊을 수 없었떤게 중독수준이었던 것은 맞는 듯. -_-;
아오. 한심해. 진짜. 
 
6. 
보다시피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유전자에 각인된 우울과 불안감을 중독적 행동에 의존하면서도
번뇌의 부산물로써 자기 혐오와 자기 연민을 오고가며 평정심이라곤 도통 찾아볼 수가 없는  변함없는 일상의 연속인 근황임. ㅎ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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