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낀 점

카테고리 없음 2021. 2. 9. 06:46

결국 논문은 마감시간이 다 되도록 완성을 못해서, 

문단 하나를 덜어낸 몹시도 찜찜한 상태로 등록 '당했다.'

하도 논문논문 타령을 해서 듣는 사람은 지겹겠지만서도 

피지컬리 멘탈리 버거운 족쇄를 2년이나 달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나의 아이디어에 대한 프로젝트를 2년동안 굴린다다는 것은

자발적으로는 절대 하지 않을 인생에서 좀처럼 하기 힘든 경험이었기 때문에 

내 스스로와 세상에 대한 여러가지 추가적인 데이터들을 얻었따. 

1. 나는 역시 게으르다. 

(미리미리 해놓으면 좀 좋을텐데 나란 인간은 막판에 막판까지 몰리지 않으면 절대 안함.)

2.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논리력이 부족하다. 

(논리적인 글쓰기 진짜 못하는데 생각 자체가 논리적으로 안되기 때문인듯)

3. 하기 싫지만 해야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평일 2시간 주말 5시간이 최대치다. 

(책상에 아무리 오래 붙어 있어도 실제 집중하는 시간은 저거 밖에 안됨.

하도 진도가 안나가는게 이상해서 내가 타이머로 여러번 재봤음)

4. 도움을 요청하면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도와준다.

5. 주변에 신세를 져도 죽지는 않는다. 

6. 신세는 반드시 갚지 않아도 되고 내가 다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으로도 얼추 떼울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남들에게 신세지고 민폐끼치는 거 너무너무  싫어하고

혹시 신세지면 뭐 이렇게까지 수준으로 갚아야 맘이 편해지는 편인데 

논문쓰면서는 주변에 너무 신세진게 많아서 일일이 정산 불가한 수준이라 포기하고  

나중에 누군가 논문 쓸때 도와주면 되지로 자기 합리화 했읐.

7. 하루에 섭취 가능한 카페인량은 정해져있따 .

(막판에 시간 없어서 하루종일 커피를 달고 살았는데 일정량이 넘어가니까 몸에서 커피를 거부하는 경험을 했음.)

8. 시간이 걸려도 기초를 잘 다져야 후공정이 편하다. 대충 넘어간 건 결국엔 나중에 더 큰 일이 되더라.

(논문 납품은 마쳤지만 지금도 찜찜한게 한두개가 아니야)

9. 장기 프로젝트에서는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게 젤 중요하다. 

(구정때까지만 놀고 언능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해야겠다. 이번엔 1년 정도로 잡고 하루에 2시간만 투자할 예정)

10. 고민은 배신하지 않는다. 

(확실히 깨달음, 고민한만큼 1mm라도 보잘것없을지라도 고민 안한것보다는 유의미한 진전이 있음)

 

종합적으로 봤을 때 고통스러운 건 분명했지만 얻은 것도 많은 괜찮은 경험이어따. 

하지만 다시 하라면 안할 듯. 

논문을 핑계로 어쩔 수 없이 도우미를 쓰기 시작하게 된 것도 좋은 경험이어따. 

논문떔에 몰리지만 않았아도 쓰레기 이고지고 게으름 탓하며 그냥 살았을 듯.

 

하지만 2년동안 하루종일 컴터 끼고 사느라 부쩍 나빠진 눈과 10kg이 넘는 체중 증가의 대가를 치럿음.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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