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집에서 누워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논문이라도 좀 쓸라구 동네 까페를 왔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까페가 있는데 사장님이 엄청 친절하시다. 

(나는 혼자서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서 그런지

동네 까페 사장님,내지는 트레이너 선생님, 피아노 선생님 등등의

사실상  NPC성 인물들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편인 것 같음....

그렇다고 말을 걸거나 하는 건 전혀 아니지만..-.-;;;

길드나 파티원 없이 싱글 플레이 하는 신세다보니 자꾸 NPC 대사 끝까지 주의깊게 듣고 하는거지 모...)

진부한 표현이지만 친절이라는 개념을 사람의 형상으로 조물조물 빚어 놓으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절하기 짝이 없다. 

가장 좋은 점은 친절하되 절대로 과하지 않는 꼭 필요한 만큼의 응대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위적인 친절이 아닌 사람 자체가나 본성 자체가 선량하다는 느낌적인 느낌도 준다. 

커피맛은 소소하고 매장도 쪼끄맣지만 사장님이 친절하고 매장이 깔끔해서 자주 오고 있다. 

다만 까페 위치가 정말 외져서 손님이 많을지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는 점이 약간 우려가 된다. 

정말 외진 동네에 쪼끄만 어린이 놀이터 겸 공원 앞에 있는데

여기가 할아버지들이 잔뜩 보여 하루종일 장기 내지 바둑 두는 미니 파고다 공원 느낌이라 말이지..

 외진 동네에 있다보니 당연히 손님이 별로 없는데

어쩌다보면 까페 사장님과 둘이서만 까페에 남겨지면 웬지 적막한 공기가 웬지 숨막히고 ,

편하게 쉬도록 내가 자리를 비워드려야 하는게 아니가 싶을 정도....

적막한 공기만 흐르다 다른 손님이 방문하면 내가 다 어찌나 방가운지.

그래서 오래 작업할게 있으면 스벅이나 커피빈같은 대형 프렌차이즈를 가는데

계속 고립된 삶을 살다보니 사회적 에너지가 더욱 고갈되었는지 그런데 있는 것만으로도 넘 피곤. 

여튼 까페에서 뭐 좀 해볼라치면, 

마음 깊은 곳에서 '아니..휴일에 뭐 이렇게까지'라덩가  '내가 뭔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하는 식의 생각이 뭐 좀 해보려는 마음에 자꾸 태클을 걸아서 논문 쓰는 것에 대한 만성적인 동력 부족에 시달린다. 

이건 운동을 할때도 마찬가지고 뭔가 좀 생산적이고 밝은 느낌의 행동을 하노라면

마음속 음습한 자아가 네가 언제부터 열심히 살았냐거나 어차피 잘 안될거나 끝을 못내서 이런 수고로움이 다 헛수고가 될 것인데 왜 이런 것을 하려고 하냐고 항상 음산하게 의의를 제기한다. 

상담 선생님은 "본인이 행복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자꾸 하는데,

그때마다 완전 아닌데요! 그런 생각 별로 안하는데요! 라고 강력하게 대꾸하지만

행복할 자격은 모르겠지만 게으름과 우울과 불안의 준비는 항상 되어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

여튼 동력 부족 상태에서

왜 하는지 잘 모르겠고 의미도 잘 모르겠으며 내 본성에도 맞지 않는 소논문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역시 규칙을 정해서 주말  6시간, 평일 2시간씩은 꼭 논문에 시간을 써야할 것이다. 

일단 달리 할 일이 없는 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역시 사람이 뭔갈 하려면 이유 내지는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 

이걸 내가 왜 하냐하면....

일단 거창하게 '시대적 소명'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걸로 설정 해두자. 

시대적 소명을 거슬리는 것이야말로 사회 구성원으로써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지. 

무책임한 건 노노. 

 

 

 

Posted by 물미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