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다리고기던 벤츠 A클래스의 출시일이 8월초로 잡혔다고 딜러에게 문자가 왔길래,
사전 예약 및 시승에 대해 문의했더니,
사전 예약은 받고 있는데 시승은 출시 이후에 가능하다고 해서 일단 사전 예약이나 할까 하고 가격 등을 좀 더 물어보았다.
원래는 취등록세 포함해서 4천만원 정도 생각했는데,
내가 사려는 중간급 모델은 차값만 4천2백이라서 취등록세 포함하면 무려 4천5백에 달하는 거이 아닌가!
아니, 잠깐,
아무리 벤츠지만 아반떼도 아니고 엑센트급을 4천5백만원이나 들여서 사는게 잘하는 짓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내 평소 검소한 생활태도로 봤을때 당연한 거지!
그러면서 내가 왜 이 차를 사려고 했는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봤는데,
원래 분명 K3를 사려고 했고 계약서까지 쓰고 계약금 입금만 남겨두고 있었지.
K3는 내외장이 다 맘에 들었는데 은근 인터넷에서 평이 좋질 않았어.
(K3, 그니까 아반떼보다 더 큰 차는 대부분 세단형인데, 어차피 혼자 탈거, 기름값만 아까워서 전혀 구매 의도가 없었지)
그리고 국산차의 고질적인 안전성 문제.
그 와중에 옛날 회사 본부장이나 이번 회사 부사장이나 다 돈 좀 쓰고 살라고 하도 그래서,
외제차를 잠깐 생각했는데, 미니나 골프는 연비는 좋으나 승차감이 영 별로라고 하고 특히 골프는 내장이 몹시도 구렸지.
내가 원하는 차는, 다소 비싸더라도,
1. 준중형 정도의 크기에
2. 디자인이 간지나고
3. 내부도 고급스럽고
4. 안락하고 물렁한 승차감
5. 좋은 연비
뭐 그런 차를 가지고 싶었는데, 딱히 찾을 수가 없어서,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해서 어영부영 언니네가 차바꾸면 원래 몰던 모닝이나 양도받아 몰아야겠다 하던 참이었지!
그 와중에 팀장급 워크샵 갈때 실장님 차를 얻어타게 되었는데,
(울 실장님 차는 벤츠 GLK220)
아마도 첨 타보는 벤츠였는데 차가 엄청 좋아보이고 좋은 차 모는 실장님이 넘넘 멋져보였지.
벤츠는 송풍구도 벤츠의 삼각별을 모티브로 해서 디자인이 됐는데, 그 송풍구가 왜 이리 멋져보이던지!
그래서 나도 벤츠가 갖고싶다는 생각으로 일단 모델을 검색했봤는데,
글쎄, 올해 출시되는 벤츠 A클래스가 위의 5가지 조건에 딱 부합하는고야!
내가 이 차 사려고 그때 K3 계약 없었나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값도 안 정해진 상태에서 이건 운명이라며,
그래! 이거 사서 실장님이랑 벤츠 깔맞춤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두근반세근반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히스토리지.
그 마음 전혀 변화없었는데,
내가 지난주 우리 실 워크샵 갔다고 술먹고 아주 간만에 필름이 끊겨
우리 실장에게 "야!너!넌 너무 헤퍼!"라구 주사를 부린 사고 발생한 바..ㅜㅜ,
(다음날 물론 실장님에게 백배사죄했고 실장은 난 괜찮은데..아무렇지도 않은데..라고 했지만 믿기지도 않고
솔직히 내가 필름끊긴 내 스스로를 용납할 수가 없어서 몹시도 괴로웠지.)
실장만 보면 아픈 기억만 나고 부끄럽고 해서 혼자 몰래 하던 펜질도 관둬야겠구나라는 맘이 들다보니,
내 주제에 벤츠는 먼 벤츠...라고 급시큰둥해지고 있다.
뭣보다 내 분수에 맞지 않게 넘 비싸다규!
.......................라고 거의 마음을 접으려던 찰나,
오늘 다시 극적인 반전이!
오늘 새벽 6시반에 회사 출근을 했다보니,
점심시간에 잠깐 눈을 붙이려던 것이 몹시나 추잡한 자태로 점심시간 20여분이 지나도록 자고 있는데,
누가 툭툭 꺠워서 황망히 잠에서 깨보니 실장님이 애기 좀 하자고 했다.
그래서 불안한 맘으로 졸졸 따라가서,
아..제가 아침에 출근을 일찍해서 어쩌고....라고 변명을 시작했는데,
실장님이 그 애기가 아니고...라며 용건을 전하는데,
울 회사에 개또라이가 한명 있어서,
입사하고 나서 내내 엮이지 않게 조심했는데 말이야,
몇달전에 마침내 그 개또라이가 나한테 완전 막말해서 초인적 인내력으로 참다가 실장한테 쪼르륵 일렀거덩.
그랬더니 실장이 그 사람 원래 별로고, 오래 못 갈 것이며, 자기가 복수해주겠다고 했다 말이지.
그때는 그냥 웃어넘겼는데,
오늘 오전에 그 사람이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따.
원래가 문제 많은 사람이라서 이런저런 사건 및 막말들이 누적되서 그렇다고,
앞으로 회사에서 그 사람 다시 볼 일 없을거라고....평소 말투로 담담히 말씀하는 실장님을 보니..
오오!!! 다시 솟구치는 팬심이여!
그래, 그냥 사자 사.
차라도 깔맞춤 해서 대리 만족을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