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싸구려 취향
일요일에 동네 도서관에 서류 좀 프린트 하러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가 중국집의 대명사 황실짜장과 저가 커피의 대명사 컴포즈 커피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더라.
저가 체인은 못 참지.
마침 출출하고 해서 말이야,
일요일 브런치로다가 3900원짜리 짜장면 + 1500원짜리 아아 들고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엄서따.
근데 컴포즈 커피는 지독히도 맛이 없었음.
저가 커피 중에서 특히 더 맛이 없는 듯.
2.
요즘 하는 일거리 중 하나는,
다양한 기관에서의 현황을 검토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똑같은 양식과 항목에 따라 기관별로 기술한 내용과 첨부한 자료를 검토해서 평가를 하는건데,
똑같은 문서 양식과 항목인데도,
잘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간의 수준 차이가 확실히 느껴지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잘하고 있는 조직은 뭔가 기세가 달라서
자신감이 문서를 뚫고 나올 때가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돈과 무관하게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들여다보는 일이 아직은 재밌는 것 같다.
물론 돈벌이는 안되.......넘 안되...-_-;;;
3.
쉽게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집은 참으로 쾌적하다.
내가 도시형 생활주택과 빌라를 전전하며 십여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
다들 이렇게 쾌적하게 살고 있었단 말이지! 쳇. 여튼 우리 집 아이 조아.
4.
정팔이가 첫 손님으로다가는 최초로 울 집을 방문했다.
생각해보니 언니 말고는 집에 온 사람이 아직 엄슴.
여튼 정팔이의 평가는 집이 참으로 삭막하기 짝이 없으므로,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서재로 쓰고 있는 안방이 삭막하기 그지 없으며
특히 20년 넘게 쓰고 있는 허름한 책상을 하루 빨리 내다버리라고 강권했다.
듣고 보니 안방 분위기가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것이 뭔가 도산 직전의 중소기업 분위기 같기도 했다.
김냉 자리에 둔 15년째 쓰고 있는 틈새장들도 내다버리라고 했음.
그래도 정팔이네 셋째(6세, 여)가 안마의자를 좋아해서 안마의자 괜히 샀다하는 후회를 조금 덜었다.
5.
정팔이가 야경이 괜춘다고 하길래,
예전에는 이런 야경 보면 저 많은 불빛에 왜 내 집 한 칸 없을까 하다가,
요즘은 다들 가족과 도란도란 행복하게 지낼텐데 나만 혼자야...라고 생각한다고 했더니,
나는 가족이 있더라도 다들 저렇게 행복한데 나만 불행하구나라고 끝까지 투덜댈 위인이라 했다.
정팔이는 나를 넘 잘 알아..-_-;;;
6.
일 떔에 8일짜리 출근도 해야 되고,
주말에는 마감도 몇 개 처야 하고
이사도 해야 하는 중에,
피곤해서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지독한 감기까지 걸려서 지난 주에는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매일 밤 열씨미 술을 마시면서 버텼지.
오늘에서야 감기도 좀 낫고 해서 8일짜리 감사 출근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고 해서,
이제 경우 좀 정신 차리겠다.
후리랜서는 매번 같이 일하는 사람/장소가 달리자고
스케줄도 변동이 심하니 에너지가 정말 많이 소모되는 것 같다.
월급쟁이가 증말 짱짱짱이야.
7.
월욜에는 전경련 회관에 출장을 갔는데,
약속시간보다 무려 40분 전에 도착해서
로비에 앉아 다른 일행들을 기둘리고 있는데,
연보라색 투피스 바지정장을 입은 어떤 여성분이
킬힐을 신고 또각또각 로비를 가로지르며 지나가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의식도 못한 새에,
절로 고개가 돌어가서 그 여자분의 동선을 멍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내 쪽을 흘깃 쳐다보길래,
후딱 고개를 돌렸지.
뭔가 화려하면서도 포스가 있어 보이는 것이,
사람들이 여성 CEO라고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저런게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