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이 주재한 당최 목적을 알 수 없는 두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치고,

이제는 맘놓고 술잔을 기울일만한 형들 하나 없이,

썰렁하기만 한 회식자리에를 간소하게 마치고,

집에 와서 맥주를 마시며 치즈 인 더 트랩을 두 번째 정주행하다가,

갑자기 인터넷이 안되서

약간의 취기와 함께 뇌는 멈추고 하릴없는 눈을 들어 멍 때리며 벽을 바라보는데,

단 두마리의 개미가 그들의 몸체에 비하면 몹시도 광활한 벽을 외롭게 기어오르고 있었다.


개미들은 앞에 가는 개미가 남긴 호르몬인지 뭔지를 따라 가기 때문에,

일렬로 갈 수 있는거란 애기를 몇백만년전쯤 어렴풋이 들은 듯도 한데,

과연, 앞선 개미 A가 가는 길을 ,

개미 B가 거의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바짝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A의 속도가 느린건지,

B의 속도가 빠른거지,

B는 A의 뒷꽁무니에 자꾸 머리를 부닥치기 일쑤였다.

그니까, B가 A를 빨빨거리며 쫓아가다가,

자꾸 B에게 부딪쳐서,

그 반동으로 몇 다리 주춤하게 되고,

다시 빨빨거리며 쫓아가는데 또 부딪쳐서 뒤로 물러서고 ,

이렇게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어느새 B가 A를 추월하는 시점이 발생했는데,

글쎼 개미 B가 앞서는 순간부터,

B와 A는 순식간에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개미 B는 개미 A를 뒤돌아보지도 않고 자기의 속도로 앞으로 전진전진,

개미 A는 자기가 앞서가던 개미 B와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건 말건,

기존과 같은 자신만의 페이스로 느릿느릿.

기분탓인지 개미 B가 한창전에 앞서갔던 것과 동일한 경로로 가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는데.

그 와중에  또다른 개미 C가 A와 B간의 지난한 여행 과정은 알지도 못한채,

벽을 타고 유유히 반대 방향으로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걸 보고는,

A를 앞에 놓고 무작정 따라가야했던 B는 답답했던걸까.

그래서 몇 번이고 A꽁무니에 머리를 박은 끝에 앞서나갈 수 밖에 없었던 걸까.

앞서자 마자 순식간에 벌어지는 격차 좀 보라지.

하지만 B가 앞에 가든 말든 자기 나름의 길을 꾸준히 가는 A도 참 태평하니 좋아보이네,

뒤늦게 도착한 C는 A와 B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전혀 모르니까,

당연히 유유히 자기 길을 가지.

아. 인생이란 혹시 수없이 떼를 지어가는 개미떼와 같은 것을까.


오늘의 결론 : 생각이란 걸 좀 하려면 인터넷을 없애야 되.........라기 보다는
                   나는 아직도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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