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

카테고리 없음 2016. 7. 15. 22:42
울 실장의 전임 부사장에 대한 사랑은 온 회사가 알 정도로 유별났다.
전망이 밝지만은 않고 그렇다고 중소기업은 아닌 애매한  IT기업 차장쯤 되는 평범한 회사원을 데려다가
십몇년만에 명색인 글로발 IT기업 전무로 만들어놓고 어마무시한 돈도 벌게 해주었으니 은혜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지.
여튼 전임 부사장이 사장에게 쫓겨나다시피 회사를 나가게 되서(물론 상당히 후한 조건의 위로금을 받았지만) 울 실장이 부사장 환송회를 모처의 호텔에서 준비했는데
약 오백만원에 달하는 행사비(장소대관료+참석자 식비)를 자가부담하기에 이른다.
사실 부사장이 실장이 벌도록 해준 금액에 비하면 이건 약과일 수고 있어. 실장이 부사장 퇴직선물로 준비한 300만원에 달하는 드론을 고려하더라도 말이지. 천만원이 아까우리.
그런데 정말 인상깊은 건 신임 부사장을 맞이하고 전임 부사장의 부재를 견디는 실장의 저세이다.겉으로는 신임 부사장이 왔으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 변화는 좋은 것이고 당연히 변화에 적극 동참해야하고 신임부사장에게 맞춰야한다고 끊임없이 말을 하는데너무 자주 그런 말을 하니까 마치 팀장에게 당부하는 것보다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거 같다랄까. 돈도 있을만큼 있겠다 애도 다 컸겠다 사실 때려쳐도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인데 애써 견디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전임 부사장이 회사 나가면서 남은 애들 생각해서 3년은 버티라고 애기했거덩.
게다가 결정적으로 실장이 신임 부사장에게 잘 하라고 해서 말 잘듣는 나는 또 겁나 열심히 잘 했거덩. 그래서인지 신임 부시장도 나를 귀여워하는 편이거덩. 그런 차원에서 실장이 좋아할 줄 알고 신임 부사장 생일이 조만간인 듯 하니 챙길까요...하고 무러봤더니 나한테 겁나 짜증을 냈는거라. 내가 그 냥반이 좋게 보이겠냐, 할꺼면 자기한테 묻지말고 알아서 걍 해라, 말만 안 했지 신임 부사장이랑 왜 잘 지내냐 등등....
내가 진짜 억울하고 완전 황당했는데
그래...이 정도 브로맨스면 그럴 수도 있다........하고......
여튼 회사란 곳은 정말 재밌는 곳이다.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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