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카테고리 없음 2020. 1. 24. 11:52

황금같은 설 연휴를 맞아, 

이번만큼은 기필코!! 라는 생각으로

따릉이를 타고 논문을 쓰러 스벅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신나게 따릉이를 타고 가는데

어어어 하는 순간 가로수 지지대에 따릉이가 걸려 넘어지고 말아따. 

조약돌이 깔린 가로수 주변으로 넘어지는 찰나의 순간 으악...조약돌에 까여서 겁나 아프겠다 했건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곧이어 나무 둥치에 머리가 쎄게 부딪치는 순간 완전 좆대따....싶었더랬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더라구.

그래서 넘어진 자세 그대로 머리를 움켜쥐고는

뭍에 올라온 물고기마냥 발만 파닥파닥 거리면서 한동안 움직이질 못했다.

이대로 죽는건가....라는 생각까진 들진 않았는데

아씨...쪽팔리니까 언능 일어나자...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도통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거야.

그렇게 가로수길 아래 넘어진 상태 그대로 쓰러진 채 몇 분정도 지났을까,

아니나달라, 주변에 행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디는게 느껴지더라구.

우선 젊은 여성 목소리가 어머 어떡해 괜찮으세요...하구,

구색도 자연스럽게 할머니가 에구에구 이걸 어찌하누하면서 최초 발견에 A에게 어떻게 된거냐 물어보고,

A양은 길가는데 저 분이 쓰러져 있더라구요..하고

젊은 남자 목소리 C가 등장해서 선생님, 선생님 괜찮으세요 하고

뭔가 일이 일파만파 커지는 것 같은 거야.

물어도 대답이 없고 발만 파닥파닥 거리니 사람들은 내가 완전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는 줄 알았을 것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더 걱정하기 전에 괜찮아요하고 언능 일어나서 툭툭 털고 갈길 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머리를 감싸진 손을 뗴기는 커녕 눈조차 뜰 수 없이 으...으..하는 신음소리만 나올 뿐이어써.

주변에서 119 불러야 되는거 아니야...하고

A양이 119에 전화하는 소리가 나고, (A양 정말 착한 듯)

사람들이 자꾸 모여들고 119 왜 이렇게 안와 하고 A양이 동동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어어...119와서 더 일커지기 전에 일어나야 되는데 싶어도 여전히 몸은 옴싹달싸 할 수 없었어.

할머니가 그 와중에 젊은 사람이네 젊은 사람 이라고 하는 소리가 웬지 반갑고

뭐 이러던 와중에 119가 도착해서 최초 목격자 A양에게 경위 묻고 

선생님 선생님 괜찮으세요...라고 까지 되버린 것이다.

그래도 역시 전문가들이 오니까 뭔가 디게 안심되서 그런지. 

으으...하는 신음소리 대신, 

어디가 아프냐? 의식을 잃었냐? 어떻게 된거냐? 보호자 있냐? 휴대폰 비번이 머냐 등등의 질문에

단편적으로나마 간신히 대답을 할 수가 있으면서도 자꾸 눈물이 나는고야.

나도 양식있는 보통 시민으로써 정초부터 길바닥에서 엉엉 우는 중년 여성이 얼마나 볼쌍 사나워 보일지 알지만, 

도통 눈물이 멈추지가 않아 눈도 못 뜬채 꺼이꺼이 울고 하다보니 간신히 정신이 좀 돌아오드라.
그 사이에 구급 요원분들이 혹이 나긴 했는데 괜찮으신 걱 같다고 A양을 비롯한 주변인들 안심 및 해산시키고 하더라구.

구급 요원들의 지도편달에 따라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눈을 떠보니
덜 민망하게도 행인들은 해산했는데 응급요원이 무려 4분이나 출동하셨더라구.

아것 참 연휴에 민폐를 끼친 것 같아 민망하기 짝이 없고

특별히 외상은 없고 혹만 났다고 해서 언능 정신 추스리고 스벅가서 논문 쓸 요령으로,

괜찮다고 했는데 지금 괜찮더라도 나중에 위험할 수 있다고 응급실 가서 CT 찍어야 한다고 하드라.

뭐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문 기관의 프로토콜은 따르는 편이 좋고, 

설 연휴에 언니도 시댁가서 없는데, 

혼자 집에 있다 문득 쓰러기지라도 하면 정말 골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귀찮음을 무릎쓰고 CT를 찍어보기로 했다.

119 구조대 구급차 타고 응급실 오는데 신년벽두부터 보호자 하나 없이 쓸쓸히 혼자 병원으로 가는 내 신세가

처량하긴 뭐가 처량해!!!!라고 아무리 밀어내려 해도 처량한 생각 누를 길 없어 듀오라도 가입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더랬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길거리에 사람 쓰러져 있으면 119 신고도 해주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걱정해주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하고 목소리만 들어었지만,

세상이 참으로 따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19 구조대분들도 엄청 친절하셨음. 

어렵게 부탁드린 따릉이 반납도 대신 해주시고
응급실까지 데려다주고 병원에 접수랑 인계까지 다 해주셨음. 이렇게 응급 구조 체계가 잘 되어 있다니 정말 우리나라 좋은 나라. 특히 카트머리의 젊은 여성 구급대원님은 어찌나 멋있던지 반할 뻔. ㅎㅎ

나는 귀찮아서 허구헌날 백팩 열고 다니고
풀린 신발끈도 풀린 채로 다니고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들 열린 가방 닫아주고 풀린 신발끈 챙겨주고 한다 말이지. 대부분이 여자들이고 특히 중년 여성들이 많지만 젊은 사람들도 꾸준히 있음.
어쨌든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것이다.
나도 착하게 살아야지.


 

 

응급실에 오니 당연하게도 주변에 아픈 사람들 천지인거라.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함 깨달았다. 

 

오늘 하루 응급 요원들과 병원의 의료진들로부터, 

참으로 많은 질문을 받았더랬는데 

그 중에서 간호사 썜들이 조심스럽게 물어본, 

"혹시...임신 가능성 있으세요..."라는 질문 만큼은

내 정말이지 추호의 의심도 없이 엄청 명쾌하게 답변할 수가 있었다.

단언컨데 내 평생 받은 질문 중 최고로 강한 확신을 가지고 답변 할 수 있는 질문이어서,

웬지모를 쾌감과 함꼐 아니 뭐 저런 말도 안되는 질문을 이라는 위화감까지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는데....아!!!! 왜들 그렇게 물아보나 했더니 내가 배가 많이 나와서 물아본거였구나!!!. 이거슨 마치 지하철에서 자꾸 자리를 양보받는거와 같은 이치여떠. ㅜㅜ
씩씩하고 당당하게 대답할게 아니라 부끄러워하며 겸연쩍게 작게 대답하는 거였음.ㅜㅜ
이런 바보팅이. 이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의료진 피셜 임신 상태일 가능성 높은 내 체형이라니!!!! 하나도 안 부끄럽다 모!!!! 세상에 다양한 체형도 있는거지 모!!!!

 

그나저나 사고는 언제 어디서 찾아 올지 모르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에구에구 샥신이야.

Posted by 물미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