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는 혼술을 좀 줄이기로 해서, 

한 3일 안 먹다가 작심삼일 원칙에 따라 집에서 술을 먹는데, 

간만에 먹으니 즐겁기 짝이 없었던 지라,

소주 한 병으로 부족한 것 같아서

자주 먹는 것도 아닌데 양주를 까자 싶어서 ,

술 선반에 가서 한참을 고민하다 마침내 Pick한 장미네송이.

(참고로 술 선반에는 발렌타인 21년산, 조니워커 블루, 

엄청엄청엄청 좋은 와인이 있었다)

이 술로 말하자면 작년에 미국 출장 갔을 때, 

본사 직원인 분이 선물로 준 미국 버번 위스키인데 보시다시피 도수는 45% 정도다.

 

허구헌날 소주랑 싸구려 와인만 마시다, 

간만에 독한 술을 땄더니만 향기만으로도 어찌나 독한지 도통 마실 엄두가 안나드라, 

어렸을 때는 집에서 보드카 한병씩 먹고 그랬는데. 그것도 다 옛날 애기다.

그래서 두 잔 먹고 말았음.

넘 독해서 앞으로도 잘 못 마실 것 같은데 괜히 땄음.

 

2. 바보가 된 게 아닌가.

집에서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정도는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혼술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가 시간이 아깝기도 해서였는데, 

막상 혼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간을 알차게 쓰지도 않는다.

올해는 마음의 평안을 위해 자아 성찰을 하고자 일기를 쓰기로 했는데

용도별로 무려 3권에 나눠 자아 성찰도 하고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도 하다보니,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음.

 

3. 뻘짓

택배를 받고서야

똑같은 물건을 다른 사이트에서 각각 주문한 사실을 깨달음.

이런 등신이 있나!

몇 백원 더 싼데 찾아보다가 반품 택배비로 5천원이나 날렸네.

 

4. 

원했든 원치 않았든

결과론적으로 현재의 나는 잉여의 삶을 살고 있다.

원래의 나도 꽤나 루저 스피릿이 충만했던지라

잉여의 삶이 어느 정도의 욕망을 가져도 되는지

어느 정도의 성취를 바라는 것이 적절한 수준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결국 답은 얻지 못하고 시종일관 궁금해만 할 것 같다.

 

5.  

나는 원래 언제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 막상 죽음을 앞두었다고 생각하면

막연히 다가오는 공포심을 도저히 피할 수가 없다.

놀이 기구 타는데 사고나서 죽을까봐 정말 무서웠음.

 

 

6. 

뒤늦게 VIP 보는데 잼나더라. 

내가 원래 상류층과 중산층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다

장나라가 다크한 분위기가 생각보다 어울려서 의외였음.

 

 7.

결국 하루 종일 논문은 한자도 못썻다.

새해 계획대로라면 오늘 8시간은 썼어야했는데. 

나는 바보.

이렇게 된 이상 구정 연휴 전체를 논문에 올인해야지.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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