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카테고리 없음 2023. 1. 31. 22:48

나는 자궁적출을 하게 되서 대단히 슬프다.

정말 너무 슬프고 1월 내내 우울했다..

솔직히 인생에서 이제까지 겪은 일 중 제일 슬프다.

어떻게 생각하면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사실상 맹장이나 다를 바 엄는 쓸데없는 장기를 떼어내는 거지만 너무 슬픈데

특히 전문가들이 적출 안하더라도 어차피 나이들어 임신도 어려운 거 아니냐고 아무렇지 않게 애기해대는 바람에 마상도 입었다.

장기 적출이라는게 비가역적이다보니 신중하려고 연말부터 1월내내 병원을 4군데나 가봤는데

한 군데는 이걸 빌미로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려고 과잉진료를 해댔고

두 곳에서는 어떻게든 자궁 보존을 해보려는 나의 자그마한 소망을 몹시도 어리석게 봤더랬다.

한 명은 이 분야에 많은 경력을 가진 내 또래 2차 병원 남자 의사였고 한명은 이제 3차 병원이서 펠로우를 하는 솜털 보송한 여자애였는데 둘다 자궁에 미련 가진 나를 딱하게 보았다.

그나마 희정이네 병원 원장님이 적출까진 안 가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하셨는데 그 분도 적출을 권하시긴 매한가지.

아. 슬퍼. 엄청 슬퍼.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슬프다는 말밖에는 표현이 안되.

내가 인생을 잘 못 살아서 그런가바.

수술 받고 이제 유전자 번식의 꿈일랑은 완전히 접고
몸이나 잘 관리하면서 살아야겠다.

아까운 내 유전자. 이거슨 유전자에 대한 사망선고라능. 흑흑흑흑흑흑...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걸 보면
이제사 겨우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건가바.

이제까진 그냥 내내 우울하고 슬플 뿐이어따.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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