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카테고리 없음 2023. 9. 25. 19:11

1. 

일요일 아침에도 열씨미 올팍을 걷고 있는데, 

내가 자주 가는 토성길 코스에서 40대로 보이는 비쩍 마른 여자가 

혼자서  거친 음성으로다가 큰 소리로 뭐라뭐라 화를 내고 있었다. 

언뜻 보면 멀쩡해 보였기 때문에 나는 뭔가 전화 통화를 하는 줄 알았는데, 

옆을 지나면서 보니 이어폰 류를 전혀 소지하지 않은 걸 보니 그냥 혼자말을 크게 하는거였음.  

점점 가까울 수록 들리는 대사라곤 "내 머리속의 목소리가..." 내지는

여튼 누군가와 싸우는 톤의 대사가 뭔가 전형적으로 심상치 않아 잘못 들었나 했는데, 

내가 마침 지나갈 때는 "나는 명일여고 나왔고, X발년아..."라는 말씀을, 

누군가에게...그녀 머릿속의 누군가에게 하시는 중이었다. 

나는 항상 이런 분을 보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덜컥 겁부터 난다.

안 그래도 주로 남들이 안볼 때지만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혼잣말을 하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욕설을 내뱉는 빈도가 갈수록 증가하는 거 같아 걱정인데

나도 언젠가는 상쾌한 일요일 아침에 공원 길에 혼자 서서 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머릿속의 누군가에게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게 되면 안되는데...그것만큼은 정말 곤란한데...

나는 서울대 나왔고 X발년아....아...

되뇌일수록 진짜 쫙쫙 붙는 것이 내가 하기 찰떡인 대사인 것만 같아 생각할 수록 자꾸 겁이 났다. 

정신 빠딱 차리자. 

2. 

올팍 다녀와서는 계속 집안일을 했다. 

설것지 거리 정리해서 식세기 돌리고, 

도우미 여사님이 널고간 빨래를 걷어서 개고 

택배 상자 정리해서 재활용 쓰레기에 넣고 하는데

무려 2시간동안 계속 하는데도 계획한만큼 안 끝나.

나는 분명 혼자 살고 도우미 여사님까지 쓰고 있고

여사님 다녀가신지 아직 이틀도 채 안 됐는데

왜 집구석은 왜 이모냥이고 집안일을 두시간쨰 하는데도 뭔가 정리된 느낌이 없지?

나말고 누가 사는거 아닌가?

아님 내가 혹시 몸이 두 개인거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3. 

영화 '잠'은 웬지 재미가 없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이선균이 나오는데도 아무리 출발비됴여행에서의 소개 영상을 봐도 재미가 엄서보였다. 

그럼에도 간만에 보는 영화로 잠을 고른 것은

1) 매불쇼 영화 평론가들이 재밌다고 했고

2) 감독이 봉준호 라인이라 해서, 

평타는 치겠거려니 했는데, 

배우들 연기 훌륭하고 연출도 괜찮았지만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데 어중띤 대처를 하는 주인공들이 전반적으로 깝깝한데다

여주가 갑자기 미쳐돌아가는 그 결정적 맥락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서

스토라리인을 중요시 하는 나로써는 그냥 시종일관 짜증이 난데다, 

영화관에서 볼 정도의 미쟝센이랄까 하는 것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냥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따. 

영화는 분명 일정 퀄리티 이상되는 것은 분명한데,

그냥 내 취향이랑 무지하게 안 맞는구나 했따. 

영화를 하도 많이 봐서 영화 포스터랑 영화 소개프로그램 보고 느끼는 직감이 꽤 맞는 것 같다. 

그런측면에서 범죄도시 3 안 본 건 하나도 아쉽지 않음. 

그래도 4는 볼 예정임. 

오펜하이머가 아직 좀 까리한데 그래도 봐야지 하는데

어느새 극장에서 거의 다 내려갔더라. 

이거는 상영시간도 길고 좀 지루한 톤인 것만 같아 극장에서 봤어야 하는데.. 

4.

중년 갬성이래도 어쩔 수 없다. 

꽃은 느무나 이쁜 거슬.

다음주에 오면 분홍코스모스도 만개해있겠다. 에헷헷. 

 

장미는 시들한 편이었음. 

원래 봄에 피는 거 아녔나 싶기도...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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