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늙어가는 동종업계사람들은 제법 잘 살아남아서
대부분 알만한 회사에서 임원 레벨에 들어서기 시작했따.
물론 나처럼 부장 승진도 버거운 사람들도 있는반면,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결국엔 임원 레벨로 진입하는 일군의 무리들이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눈치가 매우 무지하게 빠르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어떤 회의에 같이 참석을 했는데,
에어컨이 너무 세서 팔을 부비부비 쓰다듬으며 에어컨 단말기 어딨다 하고 두리번 거렸꺼덩.,
그걸 맞은편도 아니고 바로 옆자리에서 어느새 곁눈질로 본 A 이사가 냉큼 에어컨 단말기를 찾아 풍향을 낮춰주더라구.
게다가 어쩌다보니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 모 기업의 B 이사도 그 회의에 있었는데
어쩌다 우리 회사와 그 회사의 경쟁 이야기가 나오길래 바로 옆자리에서 고개만 돌렸을 뿐인데
고개짓 만으로도 내가 언짢아 하네 어쩌네하고 애기하더라구.
실제로 언짢은 건 아니라 우리 회사 애기가 나와서 고개를 돌렸을 뿐인데,
그 사람 애기를 듣지나 내 무의식 깊은 곳에서는 언짢음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
내가 그런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였꾸나라고 이해하게 되었어.
바야흐로 출세에는 전문성은 기본이요 눈치가 더할나위 없는 차별성ㅇ이자 짱인 것이지.
하지만 내가 뭐 그런걸 잘 할리가 있나.
난 직장 생활이 너무 고단해.
난 도통 나밖에 모르고 눈치라고는 없거덩.
원래도 적성에 안 맞았는데, 민간에 오니까 더 악화일로야.
20년이나 일했으면 그리고 이 정도로 열심히 일했으면 내 할 도리는 다 했다고 생각하고,
이제부터 판판히 놀 참이댜. 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