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카테고리 없음 2021. 4. 28. 09:37




피아노를 산지 어느새 2주쯤 되었다. 

체르니30번과 소나티네와 레이나의 피아노 연습곡 집 이렇게 3권을 돌려치면서

거의 하루에 한시간 정도 주말에는 두세시간씩 연습하고 있다. 

2주쯤 지나니 소나티네의 첫번째 곡 Kulaus OP.22의 전악장과 Whole Nine Yard를

악보 읽기의 어려움없이 그럭저럭 칠 수 있게 되었고, 

정확한 박자에 맞게 미스 터치 없이 치면서 음악적 표현을 넣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피아노는 현실 도피하기에 정말 좋은 수단이다. 

악보에 음표를 읽고 건반으로 옮기는 것은 다소 기계적인 작업인데

그 사이에 패턴이 있고 미적 조화로움도 있어 단순 반복 작업을 할 때 느끼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연습하는 만큼 숙련도가 늘어나는게 확실히 체감되다 보니, 

나처럼 보상을 갈구하고 인정 욕구가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된다.

하루종일 피아노만 치라고 해도 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재택할 떄는 피아노를 치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가 어렵다. 

낮에는 일하느라 하루 종일 타이핑 치는데

밤에는 피아노를 너무 많이 치면

손가락이 아작날까바 아껴쓰는 것도 있다.

피아노를 진작에 샀으면 알콜 중독도 좀 덜했을 것 같긴하다. 

여튼 피아노로 현실도피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울증도 치고 온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회사다니기가 갈수록 너무너무 싫다. 

그냥 암생각없이 하루하루 떼우면서 대충 다니면 오래오래 다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상념이 생겨서 일에 몰입하기가 어렵고 시종일관 불안하다. 

그래서 다른데서 들어오는 오퍼들을 쳐내지 못하고

일단은 헤드헌터를 애기를 해보거나 하니 인터뷰 일정을 잡다보니 상념이 두배가 된다. 

인터뷰를 잘 볼지도 걱정되고

인터뷰 일정을 잡는게 협업하는 사람들을 속이거나 배신하는 느낌도 들어서 기분이 찜찜하다. 

이런 번뇌와 상념이 티가 났는지

내가 다른 일로  IT Head에게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며 운을 떼니까

IT Head가 대번에 아니 왜! 이직하게! 라고 그러더라.

이런 상태로 회사를 다니는 내가 정말 정말 별로다. 

정말 몰두할 수 있는 곳에 성취감이 느껴지는 업무들로 안정감을 가지고

내부적으로도 인정을 받으며 일을 하고 싶다. 

오퍼가 온 다른 곳은 모 협회였는데, 

그야말로 내가 평소에 바라고 성취감이 느껴지는 업무들을 할 수 있는 자리였는데, 

연봉이 거의 삼분의 일 수준이라서 한창 고민하다가 고사했따. 

협회란 곳이 재정 상태가 충분치 않으니까 어쩔 수 없지 모.

그래서 총체적으로 우울하고 힘 빠진다. 

이 회사를 벗어나면 좀 나아질까. 

설마 그럴리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뭔가 싸일로도 심하고 식물같은 느낌이 든다.

이직을 한다고 한들 내가 달라질 수 있을까. 

피아노와는 달리

삶에는 연습이 없을 뿐더러 실전 경험의 연속이라도 숙련도가 좀처럼 체감되지가 않는다. 7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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