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PT를 갔다.
역시 적당하게 친절하고 말하고 가르치는 수더분한 선생님이라 편한 마음으로 PT 듣고 왔다.
울 PT 선생 진짜 짱 좋음.
게다가 스물여덟살인데 유튜브도 잘 안 보고 커뮤니티도 잘 안한데.
정말 보기 드문 젊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유산소까지 깔끔하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갤탭S8+로 유튜브 보면서 주말동안 밀린 설겆이를 하고 로봇 청소기를 돌렸다.
주말에 배송된 갤탭S8+는 정말 동영상 시청 디바이스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진작에 이걸 샀으면 노안이 좀 늦게 왔을 수도 있었을텐데. 이제서야 산 게 넘 후회됐다.
로봇청소기도 아~~~주 만족스럽다.
특히 물걸레 겸용 로봇청소기 치곤 물걸레 성능이 꽤 괜찮아서
주말에 파스타 하느라 주방 바닥에 튄 기름들이 어느정도 잘 제거가 된 것 같았다.
물론 주방 바닥만 미끌거렸던게 약한 강도로 고루고루 미끌거리는 느낌이 들지만 이건 확실히 기분탓이지. 그럼 기분 탓이고 말고.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도 시켰다.
근무 시간이 시작되서 책상에 앉아 아웃룩을 확인하니
아니 웬일인지 오늘은 회의가 한 건도 없었다!
가뿐한 마음으로 칭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칭구도 마침 오늘은 서울 근무라고 해서
칭구네 서울 청사이자 내 전전 직장 사무실인 스마트워크센터로 가서 같이 일했다.
점심은 20년도 넘은 아주 오래된 근처 맛집에 진쫘 오래간만에(한 10년도 넘음) 갔는데, 여전히 맛있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칭구와 수다를 떨며 근처 공원을 30분 정도 산책했다.
친구네 사무실로 돌아와서 일을 좀 하다가,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마저 근무를 했다.
이 여유로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고
언제 짤릴지 몰라 여전히 불안하긴 하지만,
요즘은 회사에서의 압박이 덜해서 그런지 여유롭고 비교적 행복한 편이다.
이 정도로만 살면 죽을 때까지 큰 불만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회사가 워낙 쪼끄매서 뭔가 최신 업계 트렌드내지는
사회의 평균적 삶에서 뒤쳐진다는 생각에 불안과 강박이 심해지던 때도 있었으나,
(다시 말해 결혼하고 애 낳고 복닥 거리며 사는 것이 평균적인 삶이다라거나,
그렇게 못한다면 하다못해 사회적 성취라도 이루어야 한다는 욕심)
그나마도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
언니네 집에 밥먹으면서 얼마전 만난 회사 사람 애기를 하면서,
가족들을 건사하기 위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사는 건 내 성향상 정말 힘들었을 거라고,
홀가분하게 혼자 사는게 나한테는 더 맞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조카(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가 말했다.
"그거는 자기 합리화 아니야?"
아니라고 하고 싶었는데 생각할 수록 자기 합리화 맞는 것 같아 괜히 뜨끔했다.
울 조카는 어른들에게 되바라진 말을 하는 걸 삶의 낙이자 보람으로 삼는데,
나에게는 주로 (1) 노처녀라는 것 (2) 뚱뚱하다는 것 (3) 허구헌날 술 먹는 것,
이 세가지 약점에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넣어 공격을 해온다.
일종의 인사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래도 매번 조카에게 뼈때리는 팩폭 맞으니 넘 아파따. ㅜ.ㅜ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행복의 근원에는 '적게 일하고 많이 받는다'는 자각과
뭔가 잘 해보겠다거나 혹은 남들만큼 살고싶다는 욕심의 포기에기반한 것 같다.
그러면 많이 일하게 되거나 적게 받게 되면 행복이 줄어들겠지?
다시 남들 사는 만큼을 살고 싶다는욕심이 생겨도 그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