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하자면,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여행을 항상 혼자 하게 되는데,

매번 여행이 전혀 즐겁지가 않은데 비해,

정작 혼자 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게 아닌가 싶어,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책 여섯권을 읽었다.

작가도 한국인, 일본인, 유럽인, 미국인 등등 다양했으며, 

에세이도 있고 만화책도 있었다.  

이 중 굳이 가장 와닿는 책을 꼽자면 그것은 카트린 진타라는 사람의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라는 책이었다.

책의 대부분은 긍가보다 하며 끄덕이며 읽다가

책의 말미에서 작가가 일종의 Summary라는 의미에서 혼자하는 여행의 장점을 A to Z로 정리를 해두는데,

이런 젠장, 하나도 와닿는게 없어.

나는 절대 혼자서 여행해서는 안되는 사람인가바.

이를 테면,

A(Aufrichtagkeit) 솔직함, 진정성 : 혼자 여행을 하면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에 솔직함이 드러납니다.

-> 아닌데, 아닌데, 난 원래 평소에 되게 솔직한게 내 장점이자 단점인데,

   오히려 여행가면 위축되서 되게 안 솔직해지는데.

B(Begesterung) 열정 : 혼자 여해을 하면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서 잊고 살던 열정이 되살아납니다.

-> 아닌데, 아닌데, 난 원래 평소에 최선을 다해서 되게 열심히 사는데.

    오히려 여행가면 낯선 환경에 막 피곤.

....

D(Dankbarkeit) 감사하는 마음 : 낯선 곳에서 고군분투하다보면 익숙한 환경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 아닌데, 아닌데, 난 여행가면 남이 청소해주는데 있으니까 좋은데 왜.

..

F(Flexbility) 융통성 : 혼자 여행을 가면 아무러 철저하게 계획을 짜도 무용지물이 되니까 융통성이 커김

-> 아닌데, 아닌데, 난 계획도 철저히 잘 안짜기도 하지만 그나마 짠 계획 무용지물 되면 스트렛레스 엄청 받으며 삶의 의욕이 확확 떨어지는데 왜.

...여튼 이런 식으로,

A부터 Z까지 24가지 모두 정말이지 와닿는건 하나도 없고 완전 반대 뿐이었다.

 

 

역시나 책은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것이다.

난 절대로 혼자 여행하면 되는 사람이 아닌 것이었다.

 

하지만 어뜨카냐. 앞으로도 혼자 다닐 수 밖에 없는 것을.

심지어 원래 세명이 가기로 했던 본사 출장마저 이런 저런 사정으로 2명이 나가리 나고 혼자 가게 됐을 때는 이건 운명이다....라고 생각했다.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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