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지금 홀로 맡은 나라는 한국과 말레이지아를 포함해 총 3개국이다. 

우리 팀에서는 이쪽 분야 동향에 대한 뉴스레터를 만들어서 보내고

그게 팀에서도 엄청 중요한 업무인데, 

솔직히 보내봤자 아무도 안 읽는데 도대체 왜 보내는지 첨엔 몰랐지만 이젠 안다. 

그냥 우리팀이 이런거 한다라고 티낼려고 하는건데, 

솔직히 말하면 한국지사에서 나의 존재감이란 매우 높아서

이딴거 안해도 내 능력과 성실함, 과로는 누구나 인정을 한다 말이야. 

여튼 그래도 다른 나라는 존재감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모냥이므로 시키니까 그냥 하긴 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보도자료 일일이 분석해서 진쫘 고품질로다가 구성해서 보냈는데 상사의 상사가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해옴.  뭔가 심기가 안 좋은게 메일로도 느껴짐. 

말레이지아는 진짜 기사 보도된 거 대충 요약해서 보냈는데 넘나 잘했다고 추가 의견 없다고 피드백 옴. 

역시 이 회사는 나랑 안맞아. 

한국의 이상한 규제 시스템 자체를 이해 못하니까 당연히 질문이 많지. 

근데 메일을 받는 사람들은 한국인 변호사들이니까 외국인 눈높이에 맞출수도 없다 말이야!!!

무엇보다 짜증나는 건 어차피 아무도 안 읽을건데!!!!!

2. 

작년 9월인가부터 직속 상사가 된 B씨는, 

홍콩인 특유의 직절석 화법과 급한 성질 머리, 빠른 계산속 땜문에 울화통이 터질떄가 많아서

공황이 심해지다 못해 직장내 괴롭힘이다고 생각하고 한번만 더 그러면 신고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요샌 일단 그런 폭력적인 태도를 거의 안 보이고 한국상황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서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B씨가 이 분야에 대해 별로 아는 건 없어도 

겁나 빠른 눈치와 엄청난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만큼은 내가 본 외국인 중에서도 정말 탁월하다. 

이를테면 애는 회의 들으면서 메일 읽고 채팅 하는 건 기본이고 발표하면서도 그러더라. 

거의 내가 한국말로 일하는 수준정도 되니까 아주 훌륭한 거지. ㅋㅋㅋ

B씨가 일케저렇게 하라고 하는 건 아무리 이상해도 일단 시킨대로만 하면 위의 상사들이 원하는 바와 대략 일치했따.  

물론 내 눈에는 대부분 쓸데없어 보이지만 라인 매니저라는 건 엄청 중요하다걸 

인사시스템에 맞으면 넘나 아프다는 걸 꺠달았기 때문에 그냥 시키는 대로 함. 

그래도 이전 상사였던 두바이에 사는 프랑스 상사에 비해 

같은 아시아인이라서 일하기 더 수월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원래 이 회사 올떄만 하더라도 리전 매니저의 꿈이 있었지만, 

이분야 리전 매니저는  B씨와 같은 영어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짱인 것 같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할 생각도 없거덩! 쳇. 

여튼 B씨가 평가 기간을 맞아 고맙게도 이렇게 저렇게 해라고 코치를 해주고, 

나에 대해서도 좋게 애기해줄려고 해서 요즘은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진정성이 실제로 느껴지고 뭔가 전우애도 생길려고 하는 중이다. 

3.

정팔이가 2주간의 긴 미국 가족 여행을 다녀와서 간만에 지난 주말 동네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떨었다. 

나름 동네 핫플레이스로 소문난 카페가 있는데 거기 테라스 테이블에 항상 자리가 만석인데

웬일로 자리가 나서 아직 자리 정리도 안했는데 득달같이 자리를 잡고 정팔을 기둘렸지. 

근데 뒷자리에서 여자애둘이 회사 애기를 겁나 하고 있었음. 

카페가 넒지는 않아서 가뜩이나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여자애 한명이 목소리가 좀 크기도 해서 그냥 무심결이 귀에 들어오는데, 

자세히는 못들었고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데 웬지 우리 회사 애기랑 비슷하다라고만 느꼈음.

근데  오늘 회사에서 탕비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첨 보는 직원이 혹시 지난 주 OO카페 계시지 않았어요? 하고 물어보는거야. 

사실 나도 그 사람 분명 초면인데 어디서 봤다 싶었다 말이야. 

근데 대박, 개가 개가 맞드라구. 

세상 얼마나 좁냐. 

정팔이 미국 여행 애기 듣느라고 내 회사 애기 얼마 안 한 것 만큼은 다행이지 모야.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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