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4일차
오늘은 크리스마스라지만 크리스마스가 여느 날과 조금의 다름도 없어진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안나는 지라
여느 토요일처럼 상담 받으러 갔음.
상담실에 상담쌤만 있고 평소에 있던 직원 및 다른 상담 쌤 등등이 아무도 없어서 넘나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 날이 크리스마스라 그런 거였음.
사실 그렇게 다급한 건도 없는데 그럼 그 날 상담소 쉬는 날이라고 알려줬음 좋았을텐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음.
돌이켜보면 대학교때부터 20년 넘게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아 오고 있는데,
상담을 통해서 뭔가 큰 진전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나라는 인간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 같음.
한창 공황장애 올때는 확실히 도움이 됐는데 극단적 상황을 벗어나니.
내가 상담을 왜 받고 있는지 웬지 의미를 찾기 어려운 요즘이다.
원래는 내가 오랫동안 혼자 살아서 다른 사람과의 상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고로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처럼 고립된 생활로 가뜩이나 안좋은 성격이 더 이상해질까봐 걱정되서 기회가 되면 일단 받고 봤는데
나이가 50이 가까워지니 결혼이나 출산 같은 것들은 확실히 포기하게 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말년에 대한 정리 모드로 들어가다보니 여러 욕망도 사그러들고
혼자 사는 것도 아주 익숙해지고 등등의 이유로
자연스레 편인해진 것도 있고 해서 상담은 인제 그만 받을까 싶다.
다만 주기적으로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전문가와 가진다는 점은 참 좋은 것 같다.
저녁에는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엄마, 언니, 조카와 외식을 했다.
하남에서 '해신탕'을 먹었는데 사장님이 직접 테이블에서 해신탕의 조개니 버섯이니 하는 것들을 손질해서 손님들의 앞접시에 얹어 주었고 그 과정에서 식재료의 효능 뿐 아니라 손님들의 칭찬들이 곁들여진 일종의 토크쇼가 10분 정도 있었는데
과도한 친절과 오버를 극도로 싫어하는 쿨한 조카가 표정 관리가 안된채 뚱한 표정으로 사장님을 쳐다보고 있는게 넘 웃겼음.
해신탕 157,000원, 식재료를 사장님이 매일 아침 떼온다더니만 아주 신선하고 맛도 깔끔하니 괜찮았지만 좀 비싼 듯, 하지만 한번 정도는 추천함.
#휴가 5일차 ~ 6일차
인간 쓰레기가 따로 없을 지경으로....아흑....각종 동영상 플랫폼들을 전전하며 술먹고 자고 술먹고 자고의 연속.
나는 TV 넘 오래 봐서 일부러 유선 연결 안한 건데 요즘은 TV보다 더한 유튜브 지옥에서 헤어나오질 못해. 아흑흑.
그나마 회사일 잠깐잠깐 처리할 떄가 유일하게 사회인으로써 자각이 있을 때였어.
아. 글구 언니가 팀원들한테 선물한다고 대량으로 성당에서 공구한 떡국떡을 여기저기 배송하느라 한나절 정도 씀.
#휴가 7일차
오늘은 알바가 있는 날.
며칠만에 씻고 사람 행색을 갖추고 멀쩡한 양 광화문으로 회의를 하러 갔따.
회의를 마치고 친구네 집에 가서 친구가 차려준 집밥을 먹고 칭구와 수다를 떨었따.
집에 와서 술먹고 자려고 했는데 회사 메일 좀 처리하다가 ,
주간 회의가 시작되길래 마지막 회의고 해서 들어갔다가
매니저가 뭐 물어보길래 그거 좀 알아보고 하다가 한나절 일하게 되서,
원래 내일까지 휴가인데 일 마무리하는게 좋을 것 같아 다음날은 걍 일한다고 함.
이렇게 휴가는 예측에서 조금의 빗나감도 없이 이렇다할 특별한 활동없이 허무하게 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