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11월 말이다.
이태원 참사가 난 지도 어느새 한달이 지났다.
병이 발발한지도 어느새 한달이 지난 것이다.
이제사 새삼스레 고백이랄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의 모범생과 애정결핍자가 그렇듯
사실 나는 대단히 성취지향적이라기 보다는 자기 효능감이 중요한 사람이다.
이제껏 아닌 척 할 수 있었던 건
실제로 내가 게으르고 많은 부분에서 무능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일종의 위장술이자 자기보호기제인 것이다.
내가 내 스스로 내가 열등한 사람이라고 애기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내가 정말 중요한 가치를 두는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기 때문다.
여튼 매사 무기력하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고자하는 습성이 탑재되어 있기는 하고
이번 병은 물리적 신체적으로도 일상의 불편을 초래할 뿐더러
스스로의 핵심가치 손실에 따른 영혼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마치 약을 먹으면 다 나을 것 처럼 아무것도 아닌 척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약은 정말 신중하게 써야하는 것 같다. 사실 말이 정신과 약이지 결국은 뇌내 화학작용를 교란시켜 인지체계 내지는 감정기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병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인지체계와 뇌내 화학작용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약을 쓰는 건데
이게 외과수술처럼 핀포인트로 딱 잡아내는 게 아니고
정신체계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 영향이 가시적이지 않다보니 작용과 부작용의 정도도 도통 잘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튼 아주 극단적인 병적인 상황
이를테면 아예 출근 내지 사회 활동을 아예 못하는 정도가 아니면 약은 안 먹는게 좋은 거 같다.
그래도 나는 대부분 누워있긴하지만
회사도 가고 운동도 가고 사람도 만나고 알바도 하고 블로그로 징징대기도 하지 않는가.
그래서 약 끊고 있는데 어설픈 약물 복용에 따른 후폭풍으로 아직 정신이 없다.
역시 머든 갓무위키 정독하고 시작했었어야 되는데 말이지. ㅋㅋ
내 병은 지지부진하고 치료가 요원하며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협심증을 동반한 불안장애?
과도한 불인과 스트레스로 인한 협심증?
여튼 심장 기능과 불안은 많은 상관 관계가 있고 나는 실제로도 동반 진단을 받은 적도 있지만
그 실체를 도대체 누가 알겠냐하면
나에 대한 데이터가 많은 내 스스로가 젤 잘 알지 않겠어.
마음의 병이란 생명에는 크게 지장이 없지만 까다로운 것 같다. 뭐 내 상태는 아주 심각한 정도는 아닌 듯 하지만 그냥 알콜의존증만 있었던 때가 훨씬 건강했던 것 같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연말 2주 휴가때 머하지 싶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