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에서 혼술하는 빈도가 조금씩 증가하더니
수술 전 패턴으로 복귀하려는 조짐이 보였다.
상담사는 알콜 중독을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며
아예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지 말고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과 마시라고 했다.
아니, 빈도나 양으로 봤을 때 중독까지는 아니구요,
저는 혼자 살고 같이 마실 사람도 없어서,
그러면 술을 아예 못 마신다 말이에요...라고 항의한 끝에,
일주일에 3일 이상 혼술을 하면 스스로 알콜 중독임을 인정하고 아예 집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 해서,
일주일에 3일 이상 혼술을 3회 이상 하는 경우 그렇게 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를 봤다.
그러고 나서 물론 그 당일도 그 다음날도 집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내가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인데....
아니다 됐다. 뭐.
여튼 술을 마시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 도피용이다.
나는 불안을 쉽게 느끼고 사소한 계기로도 불안이 크게 증폭되는데
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을 때나,
불안을 극복하고 꼭 뭔가 해야 할 때 정신적 이완제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내가 만난 모든 상담사는 그럴때는 술 말고 약을 먹으라고 하는데..
그때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라 이런말 민망하지만 약이 호르몬 체계를 교란시키고 약물에 의존하면 나중에 단약도 어렵고...어쩌고라고 군시렁대면
아이고...요즘엔 약 잘 나와서 괜찮아요...라고 하는데 유튜브에서 들은 어설픈 잡지식에 가로막혀 잘 와닿진 않는다. 그럼에도 전문가를 존중하고자 하기 때문에 집에 약이 꽤나 쌓여 있어서 이제는 일단 약을 먹어볼 작정인데,
사실 회사에서도 그렇고 당장 술을 못 먹을 떄는 임시방편으로 약을 먹기도 했지만....
약이 문제가 아니라 상황 자체와 타고난 내 인지 체계 내지 심리 기제의 문제라설...
상담사 선생님은 술로 도피하지 말고
자신이 느끼는 불안을 직면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나는 진짜 이게 나이 오십에도 해도 되는 고민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안식이나 안정감을 느끼는 기반을 이제는 내 황폐하고 허약한 내면에서 찾을 수 밖에 없는 일종의 벼랑끝이다.
이번 상담사 선생님의 가장 좋은 점은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에 꽤나 터프한 성격이셔서
내가 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끈덕지게 물고 늘어진다는 점이다.
뭐지. 왜 이런 쓰잘데게 없는 말을 하고 있는거건지 도통 알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