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란 무엇인가?
사민주의자이자 유물론자이자인 나로써는
특히나 한국과 같이 섬아닌 섬국가의 일원인 나로써는,
부동산이란 모쪼록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공공재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부동산으로 발생하는 모든 경제 활동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아왔으나,
20대 후반쯤에 당시 거주하던 삼전동 집앞에 하도 씨끄러운 부동산 업체가 있길래,
어쨌건 자본주의 사회이 일원으로써 독립된 경제주체로써의 앞가림을 해야 할지도 몰라라는 생각에
아파트 분양 상담을 위해 한번 들렸다가,
사민주의자이자 유물론자로써의 양심에 분양 자체에 관심을 두는게 참으로 꺼려졌기에 아무런 신경도 안썼는데,
그게 바야흐로 30대 중반쯤 되어 알고보니 잠실 재개발 아파트였으며
그게 30평대가 10억을 호가하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오를 때라든지,
여튼 모두들 미친듯이 아파트를 사들이며 아파트 가격이 당최 말도 안되게 오르던 2007~8년대쯤,
내가 인생을 잘 못 산게 아닌가 하며 사민주의자이자 유물론자로써의 나의 신념을 송두리째 흔들던 공포의 시기를 지나던 끝에
아, 이젠 너무 늦었구나 하는 선연한 열패감을 맛보고나서는
아쉽지만 할 수 없지..라는 포기의 마음으로 관심을 끊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언니네 집에서 얹혀살았기에 내 일은 아니려니 생각하다가,
언니네 집에서 부득이 독립해야 도서 살 집을 알아보던 중,
아 정말 늦엇구나, 내가 이렇게 성실하고 검소하게 살았어도 살고 싶은 동네에 집한칸 마련하는 것은 언감 생심이구나라는 더욱 강해진 자포 자기의 심정과 함께,
부동산이 남의 일이 아니구먼 이라는 생각으로 부동산에 대한 0.1% 수준의 미미한 관심사를 1% 수준으로 올려서 지내며,
포털에서 우연히 본 <위례 신도시 아파트 분양> 정보를 보고 오늘 모델 하우스를 보러 다녀왔다.
원래 올해 초만하더라도 위례 신도시가 머야 하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우리 팀원 중에 한명이 굉징히 그 동네에 얼마전에 분양을 받았는데 디게 좋은 거라고 한 것이 기억에 남았던 와중에,
포털 광고 배너에 마침 그 동네 분양 광고가 뜨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모델 하우스 구경이나 할까 했던 것이었다.
여튼,
모델 하우스 오픈일은 금요일, 내가 가기로 한 것은 토요일이었다.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모델하우스까지 갈 길을 찾기 위해 네이년 검색을 했는데,
지도 전에 먼저 배치되온 각종 기사와 블로그에서, 오픈 당일인 금요일에도 모델 하우스 들어가려고 한시간 넘게 기둘렸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 모델 하우스는 보지도 못하고 상담만 하고 왔어요 하는게 도배가 되어 있었다.
난 성격이 너무 급해서 기다림과 정체를 너무 싫어해서,
모델하우스 오픈시간인 10시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출발했는데,
아..이런..젠장...사람이 어찌나 바글바글 하던지..
그 뿐만 아니라 그곳은 위례 신도시가 들어설, 지금은 당연히 허허벌판인 곳에,
온갖 건설업체의 모델하우스가 드글드글 대는 곳이었는데,
일단 물리적이고 시각적으로 그런 광경을 처음 본데다,
모델 하우스를 둘러 보기위해 한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는 상황과,
줄 서 있다보니 들러붙는 떴다방 영업 사원이라든지,
(나는 떴다방, 떴다방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엇음)
줄 서다 보니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통제요원들과 줄 선 사람들과의 신경질적인 말싸움이라든지,
여튼 그 공간자체가 주는 많은 사람들이 원초적 욕망의 무게감에 눌려서 있는 것 만으로도 왕 피곤해지던 와중에,
이런 것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제적 독립체로써 원래가 마땅히 가졌어야 할 소양이라며,
못난 나를 탓하며 그 더욱 땡볕에 한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모델 하우스에 입성을 했는데.....
원래 그렇긴 했는데 부동산의 세계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애.
나는 사실 청약이고 순위고 당첨이고 잘 모르거덩.
그냥 막연하게 나는 가난하고 오랫동안 집이 없었으니 넣으면 당첨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덩.
물론! 독립된 경제인으로써의 제도권 경제에 편입되기 위해
십몇년도 전에 주택 청약 Something에도 가입했지!
그런데 줄이 가까워져 오며 사람들의 열기에 비해 내가 뭔가 준비가 안되 있는 것 같은거야.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아파트 사기가 그만큼 힘들어서가 아닐까?
우선 순위 뭐 이렇게 써있는 걸 보니 뭔가 자격 조건이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등등등...
그래서 줄이 가까워오면서 언니랑 이런 저런 애기를 했는데,
그나마 나보다는 훨씬 나은 언니와 함꼐,
이거 당첨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당첨 받으려면 뭐 통장 있어야 할걸? 너 뭐 통장 있니? 응 나 십몇년 전에 뭐 하나 들었는데/ 야.! 너는 네가 뭐들었는지도 몰라! 인터넷 찾아보자/ 어! 나 이거 들어떠, 음 이거면 분양 신청 할 수 잇나? / 어 이거 얼마 넣어야 몇평신청 가능한데? 이거 몇 평이지? / 머야.그럼 통장 해약하고 다시 가입해야 되나 등등의 덤앤더머의 대화를 계속 하고 있었는데,
이를 듣다 못했는지 바로 내 앞에 서있던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나보다 열살을 어려보이는 처음보는 청년이
그 통장으로는 이 아파트 분양 신청 못하고요,
다음주 월요일에 은행 열리자마자 삼백만원 추가 입금하면 3개월 지나서 이 신도시 자이나 뭐 다른데 분양 받을 수 있을걸요..라며 몹시 안타까워하며 조언을 해주었다.
분양 자격도 없는 모델하우스에서 한시간 넘게 줄을 서있던 것인데,
마침 오늘이 40대를 목전에 앞둔 39세 생일이다 보니
사민주의자이자 유물론자로써의 신념도 저버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똑똑한 경제주체로써 제대로 살아가지도 못하는 내 모습에 열패감이 느껴지며,
아. 부동산은 정말 잘 모르겠어,
난 안될꺼야.
p.S 생일 광고글 맞습니다.
잊지 않고 문자로나마 축하해준 분들 정말 마음을 담아 깊은 감사 드립니다.
정말 감사해요. 저는 안챙길건데...아흑...정말 감사합니다~~
돌이켜보건데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한 10대즈음 마흔을 어쩌다 한번 생각해볼땐
마흔의 내가 이렇게 자식도 남편도 없이 찌질하게 살고 있을 줄은 정말이지 전혀 상상을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글그림에 찡찡대던 것을 온라인으로 옮겨온지도 아마 십년이 넘었는데
이십년전에 글그림에 끄적대던 징징거림과 이십년이 지나서도 여기서 끄적거리는 징징거림은 정말 아무런 차이가 없느 듯.
하지만 정말 100% 확실한 것은 오십이 되도 육심이 되도 죽을때까지 나는 똑같을 거라는 거지.
게다가 아홉수는 왜 이렇게 혹독한지. 올해 한해가 정말 차짐.
내가 이렇게 사회 평균적 삶을 부흥하지 못하고 루저로써 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열패감이 상당하다.
내년에도 오늘처럼 이모양 이꼴이면 블로그 닫을 예정.
쪽팔려서 이 시덮잖은 소통도 도저히 못할 정도로 부끄러워서, 부끄러워서 못살게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