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이사 주간까지 쳐 내야 하는 마감이 5개, 회의가 3개 있지만
일단 남은 이번 주간에는 마감 없이 회의만 있어서 한숨 돌리고 써보는 금주의 여러가지.
1. +_+
말했다시피 월급쟁이보다 후리랜서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백만가지 이유 중 하나는
제한된 사람들과 반복적이고 루틴화된 일이 아닌,
의뢰받은 건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들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같은 내향형 사람에게는 더더욱 긴장되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어제 있었던 A기관과의 자문 회의의 경우도
A기관과의 협업 자체가 처음인데다 나를 섭외한 사람 빼고 나머지 회의 참석자는 아예 모르는 사람이며
접근 방식도 처음 해보는 유형의 자문 방향이라 준비하면서 몹시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고객님들이 대만족하며 한회차 더 세션을 요청하셨다. 으하하.
지난 달에도 극한의 스트레스로 투덜대며 사비로 메이크업 샵에서 헤메까지 받고 진행했던 유튜브 촬영 또한,
고객님들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며(일반 이용자가 아닌 납품기관) 한회차 녹화를 더 요청받았다.
영어 컨퍼런스 패널 토론 처럼 대재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극한의 스트레스 받으며 준비했던 일들의 대부분은 내가 오버해서 준비한 경우가 많았던지라
막상 닥치고 보면 의외로 쉽게 끝나거나 고객님들의 좋은 피드백과 함께 추가적인 일거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후리랜서 입장에서는 하나의 일거리가 다른 일거리로 이어지는게 젤 좋은 듯. ㅎㅎ
2. 조언
유튜브 촬영한 편집본이 업로드되면서
여기저기서 화면 캡처와 함께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류의 제보를 받기 시작하고 있지만서도
당연하게도 영상은 이악물고 외면중이다.
내 생애 절대 풀영상을 시청할 일이 없을 것이다.
인생의 영도자 A단장은 너 자영업하니까 이제 외모 좀 신경쓰라고 하길래,
나름 헤매 받고 간건데!!! 라고 했떠니 살 좀 뺴라는 피드백을 주었다. -_-;;;
진심에서 우러난 조언이라 짜증이 배가 되었다.
3. 유전자의 힘
벌써 지금부터 약 20여년 전에 촬영된 언니의 결혼식 비디오촬영에서,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언니가 주례선생님 앞에서 머리를 한쪽 어깨 쪽으로 기울어지게 내리고 있었다.
아직도 아니 저 언니 왜 머리를 똑바로 안하고 저렇게 기울이고 있지....하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나는데,
유튜브 촬영할 때 촬영 감독님이 머리 기울인다고 머리 똑버로 세우고 있으라고 자꾸 주의를 주었다.
이정도면 정말이지 가족 내력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니 머리를 자꾸 기울이는 유전자도 있다니!
머리를 기울이고 있는게 뭔가 생존에 유리하니까 살아남았겠지???
4, 웬지 진 기분
다음주 이사를 앞두고 오늘은 2주에 한번씩 오시는 도우미 여사님에게 이사간다고 말씀드렸다.
지금보다 집이 두배 정도 넓어지긴 하지만,
건조기 도입으로 빨래 부담이 덜어졌으니 지금 하던 5만원에 쇼부를 칠 예정이었는데,
여사님이 플랫폼에서 원래 30평대는 6만5천원인데 특별히 6만원에 해주겠다고 했따.
그리서 일단 그러마 했는데 아니, 그러면 빨래 개기는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 ,
짜치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여사님의 여유가 넘치는 답변,
"제가 지혜롭게 해드릴께요, 선생님"
지혜롭게라니...정말 어떻게도 대꾸가 어려운 마법의 단어 아닌가. -_-;;;
그래서 짜친 고용주의 요구에 여사님의 현명한 대응 상황으로다가
웬지 협상에 진 기분이 들었음....
알고보니 입주하는 아파트가 여사님네 집 근처더라.
그러면 이동거리가 짧아지셨으니 어쩌고 하는 카드 써볼껄!
5. 금주의 상담
이번 주에는 상담선생님과 후리랜서가 되었는데도 왜 나는 여전히 일이 많고 힘들고 피곤한가,
왜 나는 의뢰받은 일이 대해 과도하게 준비를 하나,
왜 나는 영어 패널 토론을 망친거에 대한 심리적 타격이 매우 컸던가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상담썜은 본인은 이미 내가 그럴 줄 알았다고 하셨음. ㅋㅋㅋ
뻔하디 뻔한 애기이지만 내가 왜 이런지에 대해 논의한 내역은 다음과 같다.
1) 일단 나는 내 스스로를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으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
(한마디로 낮은 자존감, 원인은 유전+양육 환경 콜라보임)
2) 그래서 항상 불안함
3) 성과에 집착함 (일 못하면 버림받는다)
4) 일 못하는 모습을 들키는 걸 수치스러워함
5) 파국으로 치닫는 부정적 상상을 쉽게함
6) 미지의 영역에 대해서 엄청 오바해서 준비함
7) 항상 불안하고 피곤함
원래 더 섬세한 논의가 있었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역시 녹음을 하거나 그날그날 기록을 해야 하는데.....
그래서 해결책은 일을 못하거나 성과를 못 내도 나는 가치있는 사람이다라는 걸,
마음깊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뻔하지만 엄청 중요한 사안을 상담썜은 항상 강조하는 거지.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렇다 칠 순 있겠지만 그런 마인드셋이 현생에 딱히 소용이 없지 않냐,
차라리 지금같은 상태가 더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라고까지 애기하면
상담쌤이 진짜로 돌아버릴라구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부분 이런 패턴의 반복이다. ㅋㅋㅋㅋㅋ
비슷하게 나는 미혼이라 자녀 양육이라는 가치있는 일을 못하니까,
그만큼 더 다른 종류의 성취를 이루거나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한다라는 주제도 선생님이 엄청 고치려고 하는 포인트임.
본인 주변에도 노쳐녀들 많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한명도 못보고
거의 다 자기 놀러다니느라 바쁘다가 나이 들어서는 일상이 재미가 없어서 상담받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이런 사례는 오히려 내 주장을 지지해주는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자녀 양육이라는 성취감을 느끼는 의미 있는 일을 못하니까 일상이 재미가 없어지지.
그러니까 미혼은 기혼보다 업무적 성취나 사회적 기여에 더더 신경을 써야 하는거야.
6. 독서클럽
생각해보니 오늘까지 독서클럽 독후감 마감이 있구나.
오늘 자정까지 독후감 못 내면 모임 못가는데,
책 한장도 안 읽음.
독서 클럽가면 아무래도 마감 하나는 빵구날 것 같은데,
이번달은 그냥 스킵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상담쌤은 마감을 못 맞춰도 괜찮아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해서요!라고 답답해하겠지만,
어쩌겠어. 도통 그럴 수가 없게 생겨먹은 걸.
그러면 또 상담쌤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속터져하실게 눈에 선하다.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