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에 회사 근처 호텔에서 컨퍼런스가 열렸는데 그 컨퍼런스를 주관하는 옛날회사 칭구 A 가 공짜 호텔밥 먹으러 오라고 해서 저녁 시간에 맞추어 행사장에 갔다.
지방 남부의 공업도시 출신인 칭구는 나름 지방 유지의 장녀여서 그런지 원래가 취향이랄까 라이프스타일이랄까 하는게 꽤나 고상했던 편이었던지라 세상에는 몇만원짜리 핸드크림(록시땅)도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친구임.
고상한 취미에 걸맞게 이 분야 컨퍼런스에서는 보기 드물게 돈을 쏟아 부었다 싶었는데, 나도 비슷한 행사 주관했던 짬바로다가 대충 떄려보니 보니 이건 행사 예산이 얼추 3억 넘는 것 같더라. (나중에 들은 바로는 3.2억인가 들었다더라. 역시 나의 짬바.....행사 참여 답례품 으로 무려 이숍 핸드크림 뿌려 댈 때 확신했다. )
여튼 행사장에서 또다른 옛날 회사 칭구 B를 오랜만에 만나 나란히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공짜 호텔 스테이크를 썰으며 그 테이블에 깔린 와인을 혼자서 초토화하고 있는데, 이 분야 컨퍼런스에서는 아주 보기 드물게 팝칼럼니스트 임진모님이 디너타임에 간단히 강연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임진모님이 K팝이 글로벌하게 얼마나 잘나가는지를 설명하면서, 자기는 BTS의 엄청난 팬이라며 공연 직관을 몇차례 했는데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며, K팝 수준이 엄청 높다며 여러분들도 훌륭한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녀야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더랬따. 마침 연말 시즌이 시작되기도 해서 칭구 B랑 연말 공연 같이 보러가자고 의기투합해서 대략 성시경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다. 하지만 성시경 공연 티켓 예매 오픈일.....우리처럼 나이브한 아줌마들은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티켓은 광속으로 매진되버려서...뭐...이건 안되는 거구나라고 깨달음. 성시경이 이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니. 최근 유튜브가 잘나가서 그런가. 몇년전에 코엑스 공연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녔던 것 같은데.. 여튼 성시경은 놓치고 이런저런거 알아보다가 십센치 공연이 올팍에서 하길래 요걸 보러가기로 한게 작년말이고 공연은 1월말이었음.
십센치가 사실 마이너에서 시작해서 계속 언더 가수 느낌이 있지 않아.. 그래서 공연도 쫌 소박한 느낌으로 생각했는데, 아니...막상 가보니 공연 규모가 완전 슈퍼스타급이라서 진짜 깜딱 놀람. 체조경기장에 했는데 무대 규모도 엄청 크고 일만석에 달하는 좌석도 꽉꽉 채웠더라.
요렇게 중간에 무대를 두고 360도로다 배치했는데 위에 보이는 동그란 팬라이트를 좌석마다 나눠줘서 공연장 전체가 이쁘게 반짝반짝 했음.
내가 올팍 산책 많이 가기 때문에 공연장 주변에 깔린 천막들 보면 대충 공연 규모도 짐작 가는데 굿즈파는 거며 이런저런 이벤트 등등이 진짜 아이돌급으로다가 행사 천막 쫙 깔리고 하루 종일 뭐 이런저런 프로그램 있고 그러더라.
애초에 티켓값이 엄청 비쌀때 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긴 했음. (나는 2층 좌석에서 봤는데 무려 15만원 정도였음.) 게다가 진짜 애기 환골탈태해서 정말 이뻐지고 스타일링도 잘해서인지 뭔가 슈퍼스타 내지 아이돌 포스가 나기도 하는거야. 사실 나랑 나이 차이 얼마 안나지 않나 싶은데.....(찾아보니 83년생이군..그래..10년 안쪽 이면 거의 동년배지 뭐..쿨럭)
중고등학교때 같이 찐따로 지냈던 칭구를 간간히 건너건너 소식 듣가가 40대가 되서야 동창회에서 만났는데 그 칭구가 엄청 성공해서 슈퍼카 끌고 으리으리하게 재벌포스를 풍길 떄 느낄것만 같은 위화감이 공연내내 느껴졌음.
공연은 물론 나쁘지 않았지. 개도 벌써 경력 몇십년차인데다 버스킹부터 시작했던 공연짬바가 어디 가겠냐 말이야.
절반정도는 모르는 노래였는데도 공연을 짜임새 있게 꼼꼼하게 잘 준비해서 정말 잼나게 보긴했음. 원래 2시간 공연이었을테네데 거의 3시간 정도 했더랬다.
공연 중에 이런저런 멘트도 많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다른 멤버가 불미스런 일로 그룹을 떠나고 이어서 낸 앨범의 성적 마저 좋지 않아서 심각하게 음악을 관둘까 했었는데 꾸역꾸역 버텨서 이만한 커리어를 쌓아온 거에 대해 스스로도 대견해 하는 자부심이 느껴졌음.
(메가히트는 못해도 꾸역꾸역 히트곡을 내니까 후배들이 좀비라고 그런다데..ㅋㅋ)
커리어가 긴 만큼 레파토리도 다양하고 해서 공연은 꽤나 성공했는데 내 커리어가 썩고 있기 떄문인지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슈퍼스터 포스로다가 멋있게 공연을 하는 권정렬을 보고 있자니 정말 엄청 배가 아프고 자괴감이 들었으. 아이고 배야. 간간히 레알로다가 엄청 잘생겨 보이는 것마저 정말 짜증남. 재는 어떻게 저렇게 갈수록 회춘할 수가.
새로 온 지사쟝은 사원으로 입사해 지사장까지 된 입지전적 인물인데 내가 이제까지 접했던 여성 고위 관리자 중에 가장 일도 잘하고 카리스마도 있는 사람이다. 지난 회사에서도 나름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잘 나가던 한국인 여성 임원이 한국지사에 2념정도 온적이 있는데 분명 똑똑하고 말도 잘하고 인성도 좋았는데 이전투구의 조직간 충돌과 갈등을 도통 조정을 못하고 선비같은 좋은 말들만 늘아놓고 정리를 안 해줘서 구성원들이 꽤나 실망했던 적이 있는데 이 지사장은 정말로다가 리더쉽이 있어서 외국인 임원들도 슬슬 눈치를 본다.
여튼 그래서 나같은 글로벌 펑션도 쥐잡듯이 잡고 있음.
그래도 일잘하는 능력자와 일하는 건 좋은 경험이긴 하다.
굳이 부족한 점을 찾자면 대중 스피치가 원래 가진 포스보다 약갼 약한데 그건 일부러 부드럽게 보일려고 한 거일 수도 있지 머.
여튼 오늘 지사장 보고를 했는데 보고는 그냥 무난하게 됐고 끝나고 이러저런 조언 이를테면 글로벌과 마켓 사이에서 바쁜 건 알겠디만 네가 더 열씨미 해서 알잘깔딱센 해야지... 그거 다 월급에 포함된 거임, 안 그러면 우리가 아웃소싱하지 굳이 너를 왜 쓰니..라고 했음. 또 하나는 감정적인 부분은 털어내야 안 지친다고 너는 지친거 다 표정에 드러난다고 뭐 그런 말도 해줬다.
여튼 전반적으로 지사 레벨에서는 1년은 연명할 것 같은 분위긴데 글로발 레벨에서는 또 나가라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럼 한국의 다른 대기업 명퇴 사례를 기반으로다갸 2년주면 나간다고 해야지.
내 딱한 시정을 아는 모 친한 변호사는 절대로 먼저 나간다고 하면 안된다고 조언을 주었다.
내가 넘 지치고 속상해서 나갈 곳도 없는데 나갈테니 얼마줄래라는 말을 거의 하기 직전이었는데 여튼 요렇게 버티는 중이당~
몸이 넘 안 좋아져서 술 대신 약으로 갈아탔다. 혈압약을 계속 먹는데도 혈압이 150 넘어가서 식겁함. 약을 먹으니까 불안도가 좀 낮아지고 에너지도 생겨서 계속 생각해보니까 워롸벨 완전 포기하고 주말에도 계속 일하면 업무량은 어케어케 맞춰나갈 수 있을 것 같고 영어 공부도 맘먹고 진쫘 빡세게 하면 늘 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그렇게까지 살기가 싫다는 거. 그렇다고 내가 뭐 주말을 딱히 생산적으로 보내진 않고 누워만 있지만 그래도 평일에도 엄청 빡세게 일하는데 주말만큼은 쉬고 싶은 그런게 있지. 이미 작년부터 한달에 한두번은 주말에 일하고 연차도 3~4일밖에 못 쓰고 그나마 휴가때도 일 안한적이 없는뎅... 거기서 더 업무 강도를 높여야 하다니. 걍 이렇게 살다가 적당한 곳 생기면 옮길 것인가, 아니면 패키지를 받고 나갈 것인가. 사실 패키지 1년6개월치 주면 떙큐여 하고 나갈 생각도 있는데, 괜히 먼저 패키지 애기 꺼냈다가 협상에 불리해질껀가 싶기도 하고. 도통 알 수가 없음이야. 그래, 여기서 더 업무 강도를 높이다가는 아마 급사할 수도 있어. 패키지 물어보고 1년6개월치준다고 하면 나가고 1년치 준다고 하면.....못 이기는 척 걍 나가자. 아. 올해는 아파트 입주도 해야 되서 가뜩이나 돈 나갈곳도 많은데. 개백수 되게 생겼네. 씁. 아.씨 회사 나오면 차도 새로 사야 되는디..... 다음차는 G80 살라구 했는데 순식간에 개백수가 되서 소나타도 감지덕지하게 생겼어. ㅜ.ㅜ G80 언제 사보누.ㅜ.ㅜ
여튼 발생하지도 않은 일로 넘 걱정하지 말고 닥치면 생각해야지. 어떻게든 되겠지. 데헷.
챗GPT에게 대략 이런 상황에 대해 물어봤더니 의외로 애가 'I`m sorry to hear about the.....' 라고 했음. 아니. 공감부터 해줄줄이야. ㅋㅋ
연말연시 연휴를 맞아 나홀로 유럽 해외 여행을 가려니, 비즈니스 패키지는 한 700~800 정도 들어서 그 돈 들이느니 그냥 가까운데 부모님 모시고 가자 싶기도 하던 중에 일본은 가기 싫다 하시고 마침 한국 날씨도 혹한인지라 따뜻한 동남아로 가야지 하던 중에 내가 자주 보는 절약 유튜버가 최근 다녀온 다낭으로 결정을 했다. 혼자가도 패키지를 가는 통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효도 여행이니 더더욱이 당연히 패키지였지만 어느 패키지를 갈지 또 엄청난 검색을 한 끝에 저가 항공사 패키지와 국적기 패키지의 가격이 두 배 정도 났지만 저가 항공사는 옵션이 별도인지라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무옵션인 국적기 패키지로 선택을 했다. 다년간의 패키지 경험으로 보건데 무릇 패키지의 3대 요소는 날씨, 가이드, 다른 여행객으로 볼 수 있건만 날씨는 3박4일내내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였여서 (원래 겨울이 우기래..) 우비에다 우산을 건사하느라 정신없던 중에 다낭 관광의 꽃 호이안은 맑은 날의 20% 정도, 바나힐 국립공원은 10% 정도 밖에 체험하지 못했다. 특히 높은 지대에 있는 바나힐은 비가 와서 암것도 안 보여... 그런데 그럼에도 나쁘지 않았던 것은 패키지의 다른 여행객들이 빌런하나 없이 순하고 좋았더랬다. 특히 조금만 아파도 난리를 치시는 아부지가 일정 중에 갑자기 도저히 버스에서 못 내리겠다며 거의 뻗으시는지라 그랩 타고 호텔로 돌아가야 하나 싶어 난감하던 차에 다른 여행객들이 아부지, 기운내세요, 홧팅! 이라고 해주셔서 정말 아부지가 기운을 내서 남은 일정을 소화하셨다능.. 내가 좋아하는 밝은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홀로따라붙은 효도관광에서의 피로를 여러모로 해소할 수 있었다. 다만 노옵션 패키지라 다른 패키지보다 비싸지만 이걸루 온건데 막상 현지에 가니 가이드가 옵션을 3개(하나당 40달러, 3개 다하는 경우에는 100달러)나 제시하는 점은 아~~주 별로였다. 게다가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개별적으로 예약하는 것보다 두배는 더 비쌈. 비싼 걸 알지만서도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옵션을 선택하는지라 남겨졌을 때 머할지 검색하기도 귀찮고 해서 반쯤은 울며겨자 먹기로 그냥 함.
벌써 몇년도 전에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어떤 회사 사람이 현지에서 사온 망고젤리 몇 개(봉지가 아니라 몇 알)을 준 적이 있었는데 암 생각 없이 먹었다가 엄청 맛있어서 그 뒤로도 국내에서 사려고 했는데 제품명이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어서 찾기도 어렵고 생각보다 젤리가 가격도 비싸기도 해서 국내에서 못 사먹음. 다낭 여행 중에 예정에 없던 마트 앞에서 가이드가 잠시 내려 주었는데 호텔 들어가서 아부지랑 마실 술말고 딱히 살 건 없었던지라 남들이 뭐 사는 동안 여기저기 구경했는데, 선반에 노란 망고 젤리 봉지가 잔뜰 널려 있길래 이게 혹시 그떄 그건가 싶어 한봉지만 사봤는데, 그떄 그게 맞고 부모님도 맛나게 드시더라고. 그제야 인터넷을 대충 검색해보니 베트남 가면 많이 사오는 제품이 맞고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훨 싼 거 같아서 망고 젤리 대량 구매해가야겠다 생각했다. 아무래도 마트에서 사는게 젤 싼 거 같아서 가이드에게 앞으로 일정 중에 혹시 다시 마트 갈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이래저래 일정을 조율해보더니 어렵겠다는거야. 그래서 망고젤리 살라구 그런다고 했는데 딱히 뭐라 말을 안 해주더라. 엄마아부지가 활동하시는 소셜 커뮤니티(성당, 배드민턴장)에 돌리기에 망고젤리만한게 없는 것 같아서 전전긍긍 망고젤리 살 기회만 보다가 다음날에 패키지 일정 중 하나인 쇼핑센터 근처에 마트가 있길래 후딱 마트 다녀와도 되냐고 그랬더니 가이드가 된다고 해서 후딱 가서 망고 젤리 20봉지 (약 5만원어치) 사왔다. 말이 20봉지지 진짜 어마무시한 부피의 보따리였는지라 패지키 일행들이 뭘 그리 사왔냐고 수근대며 물어보기도 했는데, 여튼 나는 망고 젤리 확보해놔서 몹시 편안한 맘으로 있었다 말이야. 아니 글쎼 불편듯 가이드가 망고젤리 사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자기가 아는 가게가 있다고 만원에 7팩씩 사다 주겠다는거야. -_-;;; 아니 나는 마트에서 4팩에 만원 샀는데.....아 놔..장난하나.. 내가 진짜 어제부터 망고젤리망고젤리 노래를 불렀는데, 아니 그럴거면 내가 마트 가도 되냐고 물어봤을 때 그때 애기해줬어야 하는거 아님. 정말 기분이 나쁘더라구. 그게 50%도 아니고 거의 두배나 비싼 가격으로 내가 산거잖아. 나보다 한참 싼 가격에 망고젤리를 사간 다른 여행객들을 보고 있자니, 아..놔..겁나 짜증이 나면서 이 가이드가 다른 여행객들에게 점수딸라고 나를 이용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여튼 생각할 수록 기분이 나빠서 엄마아빠에게 툴툴댔더니 엄마가 가이드에게 이러저러해서 우리는 좀 섭섭하다고 가이드에게 애기했더니 자기는 내가 망고젤리 사러 마트 가는지 미처 몰랐다는거야. 아니 내가 어제부터 망고젤리 사야된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어케 그걸 모를 수 있는지 의아했지만 기분은 좀 나아졌으나 망고 젤리의 여파가 심심찮게 남아 있기는 했다가 마지막 인천행 비행기 타는데 망고 젤리 스므봉지 든 보따리가 캐리어에 다 안 실어져서 끝까지 번거려웠더능. 부피도 부피지만 위탁 수화물 23kg이 한계인데 망고젤리 꾸역꾸역 넣었더니 30kg 나와서 또 식겁함. (한봉지에 320그램이라 20봉지면 무려 6.4kg...-_-;;) 망고젤리를 여러 캐리어에 분신시키자니 여행 전반을 망고젤리에 지배당하는 것만 같은 내 스스로가 넘 어이가 없어서 아니 망고젤리에 미친 여자가 아닌가 싶어 자꾸 실소가 나왔다. ㅋㅋ 여튼 부모님이 15봉지를 경주에 들고가셔서 성당이며 배드민턴 장이며 동네며 알차게 뿌리고 다니셨다는 소식을 들어서 결론적으로는 흐뭇했다. ㅋㅋ 그럼에도 역시 넘나 마시따. . 이거는 내가 정팔이네 갖다줄 3봉지 포함해서 내가 확보한 다섯 봉지. ㅎㅎ
원래는 올해만큼은 부지런히 살려고 새해 첫날부터 올팍으로 해돋이도 갔지만서도 이직 좌절의 실X로 매일같이 낮술만 마시며 실음실음 앓던 와중이었던지라, 오늘은 해장으로 반드시 짬뽕을 먹을라구 했다. 무려 세시간에 거친 유튜브와 네이버를 아우르는 열혈 검색 끝에, 소박한 노포느낌의 동네 맛집 짬뽕집으로 전하고 오픈시간 11시에 맞추어 부지런히 매장으로 갔는데, 아니 젠장, 언뜻 봐도 매장에 불이 꺼져 있어. 이건 뭐지 하고 문앞에 갔더니 문앞에 있는 화이트 보드이 "죄송합니다, 병원 갑니다."라고 써 있었음. 아. 놔, 하지만 이 정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짬뽕을 놓칠 수 없지. 근처에 봐둔 또다른 중국집을 갔는데, 아 놔.....거기도 뭔가 딱 밖에서 봐도 영업하는 느낌이 아니라 다시 네이버 지도를 봤더니 영업시간이 11시30분....-_-;; 아니 그깟 짬뽕 먹겠다고 25분을 엄동설한에 떨 수는 없는지라, 부리나케 검색을 다시 해봤는데, 차량 5분 거리 동네에 새로 생긴 중국집이 있는데 평도 괜찮더라고. 언제 생겼지, 내가 미쳐 놓쳤네..싶어가지고 , 그래, 어뜨케 생각해면 1차, 2차 짬뽕집 놓친 건 어쩌면 이 집을 가라고 그런거였어..싶어 가지고 본진으로 복귀해서 차를 가지고 룰루랄라 다시 3차 중국집으로 향함. 언뜻보니 주차 공간이 없어 보여 걱정했는데 , 본격 점심시간 이전에 가서 그런지 기적적으로 가게 앞에 주차 한자리가 남아 있어서 룰루랄라 주차를 하고 가게로 향했더니 친절한 점원이 가게 앞에 주차하는 나를 보고 문을 미리 열어주기까지 했는데, 몇명인지 물어보길래 1명이라 그랬더니 1명은 안 받는데.... 아..놔... 내가 짬뽕을 좋아하긴 하는데 이렇게까지 짬뽕을 찾아 헤매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오늘만큼은 맛있는 짬뽕을 먹어야겠는데 장기전이 될 것만 같아 일단 근처 백반 맛집에서 점심을 먹음. 물론 집 근처에도 아니면 배달 가능한 중국집이 여러곳 있었지만 짬뽕이 맛있는 집은 없다 말이야.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소 멀다라도 짬뽕 맛집 찾을라구 했는데..ㅜ.ㅜ 여튼 일단 백반을 먹으며 심기일전 하고 차량으로 15분쯤 걸리는 다른 동네에서 몇가지 볼일을 더 보고 오는 길에 마침 그 동네에 검색해둔 중국집이 있어서 13,000원짜리 차돌통오징어 짬뽕을 포장해서 왔음. 주차장도 자리가 있었고 주차 관리 아자씨도 친절했고, 주문 접수하고 결제해준 종업원 언니도 친절했으며, 무엇보다 짬뽕도 아~~~~주 맛있어서 결론적으로 오늘의 짬뽕 대 성공임.
내가 일하는 분야와 직접 관련된 전공 학생들에게 하는 특강은 첨이라설 심혈을 기울여 성심성의껏 준비를 했다.
그간 강의 하면서 청중들의 반응을 통해 나름 검증된 필살기들을 엄선해서 모아놓고보니 내가 생각해도 내 강의가 너무 재밌을 것 같은거야. ㅋㅋㅋ
청중들도 업자들이 아니고 학생들한테 현업에서 경험한 썰 한시간 푸는 건 껌이지 하고 평소와는 달리 긴장된 마음으로 강의에 임했지. (그래도 초행길이고 혹시나 늦을까봐 한시간 전부터 강의실 도착해서 앉아있었음..-_-;;..이거 바바...또 강박증 ㅡ발동하는 거...)
우선 시작으로 아이스브레이킹용 유머 하나를 슬쩍 투척했는데 분위기가 생각보다 영.....아예...없더라구.
그니까 별건 아나고 이런건데, 사실 저는 특강에 저를 초빙한 K교수님 잘 모른답니다. 우훗훗. 첫직장에서 일하는 기간이 잠깐 겹치긴 하지만 길게 애기해본 적도 없고 서로 연락한 적도 없는데 첨으로 연락와서 특강해달라구 하더라구요. 우훗훗. 잘 모르는 사이인데도 기꺼이 특강 수락한 것은 K교수님 때문이 아니고 이 분야에 관심있는 젊은 학색들을 만나서 직접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저도 배우고 싶어서랍니다. 우훗훗.
바바, 얼마나 고상하고 적정한 오프닝 멘트야. 근데 작은 웃음조차 나오질 않아서 약간 당황했지만 꿋꿋이 준비된 걸 하긴 했지. 근데 업자들에게 애기하면 까르르까르르 하는 준비된 필살기들이 하나도 안 먹히고 별다른 웃음없이 특강은 한시간을 조금 넘겨 마무리되고 말았다. 심지어 질문도 없더라구!!! 그래서 다소 찜찜한 맘으로다가 강의실을 나서는데 학생 두셋이 개인적으로 질문을 하더라. 같이 들어도 좋은 질문들인데 따로 물어봐서 좀 아쉬웠지만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었음. 심지어 컨설팅 회사 입사하려면 이런 스펙이 도움이 될까요..라고 질문에는, 내가 이해한 선에서 대답해주고 친분있는 컨설팅 회사 이사한테 전화해서 확인까지 해주었음.
여튼 담에 또 기회가 되면 내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던져서 (이를테면 어느 과목이 제일 재밌었어요? 졸업하고 어떤 진로 생각해요? 등등등) 좀 더 인터랙티브한 강의가 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쉬운 맘으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K교수가 학생들 반응 좋았다고 담에 또 부탁한다고 전화와서 그제야 좀 안심이 되었다.
이것저것 정할 게 있는데도 도통 어케 해야 질지 몰라 어나서 오전내내 갈팡질팡하다 괜히 쓸데없이 유튜브로 흘러들어 시간을 버리는 중이다.
정할게 뭐냐 하면 이를테면,
1) 내년 입주 아파트 붙방이장 소재 선택을 오늘 중에는 해야 하는데 아직도 결단을 못 내림
(이따 대구 다녀오는길에 환진이에게 물어봐서 정해야겠다. 환진이는 워낙 통찰력도 좋고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하니까 내가 생각하지 못한 장단점들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
2) 연말 휴가 어디갈지 아직도 못 정함
(프랑스가 겨울엔 춥다는 후기를 봐서 해설 일단 취소..정팔이가 집 수리에 들어갔는데 연말에 나 휴가가면 우리집 좀 쓴다 해서 더욱 어디라도 가야 되는 상황, 발리갈까 하는데 거긴 패키지도 없고 도통 가서 뭘해야 할지 아예 감이 안 잡히느 ㄴ상황, 왜 발리냐하면 회사 사람중에 한 명이 감, 어제 탕비실에서 만난 또다른 회사 사람이 연말에 휴가 안가세요? 유럽애들은 12월20일이후 다 휴가가요. 발리 같은데 가서 있다 오는거죠...뭐 이렇게 했다 말이자. 발리 2연타.)
3) SRT표를 환진이와 옆좌석으로 할 것인가 떨어진 자리로 할 것인가
(연좌석 2개와 별도 좌석 1개를 예매해 둔 상황인데 내가 감기 걸려설...)
4) 운동을 갈 것인가 말것인가..
(아파서 한동안 운동을 못갔는데 오늘은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5) 라면을 지금 먹을 것인가, 문상갈 옷을 사고 와서 먹을 것인가...
(아픈 중에 자제력이 없어지면서 거의 1일1라면 중...미쳤나봐..진짜..남들은 아프면 살도 좀 빠지는데
나는 평소에는 그래도 좀 자제했던 인스턴트나 배달 음식 섭취가 급증하면서 오히려 찌는편....)
목이 넘 아파서 다른 약을 처방받으려고 동네 내과에 갔다. 20분정도 기둘려서 의사쌤을 만났는데 무슨 일이시죠 하길래 독감인 것 같아서요... 왜 구렇게 생각하냐길래 어..그게 지난주부터 몸살에 열도 나고....하는 한문장도 안끝냈는데 내 말은 다 듣지도 않고 독감 검사 키트를 보이며 검사할께요...2만 7천원입니다..하는데 어....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포장을 뜯고 진단키트로 내 목구멍과 콧구멍을 마구 휘젓고 쑤시더니 기다리세요....하고 진료실 밖으로 나를 내모는 이 모든 시간이 진짜 30초가 안 걸림....
아니....나는 사실 감기랑 독감 구분도 잘 못하는지라 증상이나 설명하고 아픈 목에 약이나 처방받을라구 한건디....